28. 지역N문화_ 뮤지컬
시민이 만든 뮤지컬 「동해 용왕이 사랑한 효녀」 직관 후기
“로컬리티의 힘은 결국 사람이다.”
앙코르 공연인 이날 공연 막이 오르기 전, 사회자로 참석한 나는 무대 위에서 최종 리허설을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지역다움, 동해다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의 힘’, 그것은 동해의 힘이자 이번 시민 뮤지컬이 주는 ‘로컬리티‘었다.”라고 했다.
18일 저녁, 동해문화예술회관 무대 위에 오른 시민 배우 50여 명이 한 편의 ‘대진마을 노고바위 전설‘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했다.
시민 뮤지컬 「동해 용왕이 사랑한 효녀」, 이 작품은 바다의 도시 동해가 가진 신화적 기억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 무대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효녀 ‘월아’. 용왕의 사랑을 받은 월아는 효심과 희생으로 마을을 구한다.
이 서사는 단지 옛 설화의 재현이 아니라, 지금의 동해가 잊지 말아야 할 정신의 복원이었다.
특히 이날 무대는 부부가 함께 등장하는 가족형 무대가 상징적이었다. 힘든 시절 라이브 무대 공간 ‘가비‘를 제공했던 대표, 친구 가족, 후배가족, 멋진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성악가, 시민합창단 등 지역의 사회적 예술가들이 혼을 모아 완성했다.
춤사랑무용단과 곰시선무용단이 파도처럼 흐르는 몸짓으로 바다의 리듬을 만들었고, 판소리와 해금의 선율은 용궁의 신비를 고요하게 채웠다.
무대 위의 모든 배우가 시민이었지만, 그들의 집중력과 표현력은 프로 못지않았다.
그만큼 이 공연은 로컬리티가 만들어낸 집단 예술의 결정체였다.
필자는 공연이 끝난 뒤, 무대를 마무리하며 한마디로 정리했다.
“오늘의 무대는 바로 ‘문화동풍(文化東風)’이었습니다.”
이날의 무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 ‘동풍‘같았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지역에서 세계로, 이제 동해의 문화가 대한민국의 문화지형을 바꾸어가는 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
이 바람은 단지 공연 하나의 여운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였다.
시민이 만든 뮤지컬은 결코 쉽지 않다.
퇴근 후, 주말마다 시간을 반납하며 연습을 이어간 이들의 땀방울은 무대의 조명보다 더 뜨겁게 빛났다.
그들이 만들어낸 무대는 ‘동해 시민의 자존과 연대의 사회적 예술’이었다.
‘문화동풍’은 짤막한 은유에 끝나는 단어가 아니다.
이날의 무대에서 불어온 바람은, 누구나 예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지역이 스스로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작의 선언이었다.
“문화동풍은 이미 불기 시작했다.”
그 바람의 첫 출발지는 다름 아닌, 동해 시민의 마음 속이었다.
노고바위 전설: 동해시 망상동 노봉해변에 ‘노고(老姑)바위’가 있다. 옛날 노봉마을에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처녀가 노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부모를 모시는데 지극 정성이었다. 처녀에 대한 소문은 동해에 살고 있는 용왕도 듣게 되었다. 동해 용왕이 처녀를 보기 위해 육지로 나왔다가 처녀와 사랑에 빠졌다. 용왕은 처녀를 용궁으로 데려가려 하였는데, 처녀의 노부모가 막았다. 하늘이 천둥과 벼락을 내려 노부모를 하늘로 데려가고, 용왕은 처녀와 함께 동해의 용궁으로 갈 수 있었다.
포토리뷰, 사진_ 조연섭•홍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