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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으로 빚은 큰 울림, 생활예술의 품격

32.지역N문화_‘제5회 동해메아리 색소폰 정기연주회‘ 성료

by 조연섭

가을의 정취가 깊어가던 23일 저녁, 동해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시민 생활예술단체인 동해메아리 색소폰이 주최한 「제5회 동해메아리 색소폰과 함께하는 큰 울림 음악회」가 개최됐다.


‘큰 울림’이라는 부제를 단 이번 공연은 국민악기 색소폰을 매개로 로컬리티(Locality)와 생활예술(Community Art)의 가치를 되새기는 무대였다.
전문 연주자보다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꾸민 공연이었지만, 그 완성도는 전문공연에 견줄 만큼 탄탄했고, 무대 위의 연주와 객석의 호응은 지역공동체 문화의 힘을 보여주었다.


1부에서는 동해메아리 색소폰과 강릉미르색소폰 협연으로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잊혀진 계절〉, 〈당신이 좋아〉 등 가을의 정서를 담은 곡들로 서정적인 문을 열었다.
2부 초청공연에서는 너나들이 플루트 앙상블의 ‘상사화’, 장용국 교수의 색소폰 독주 ‘Danny Boy’, 그리고 동해시민합창단의 ‘바램’이 이어지며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하모니가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3부에서는 다시 동해메아리 색소폰이 무대에 올라 〈Rivers of Babylon〉, 〈Sailing〉, 〈The Sound of Silence〉, 〈Top of the World〉, 〈The Final Countdown〉 등 세계적인 팝 명곡을 색소폰으로 재해석했다.


음색의 농도와 호흡의 균형이 빚어낸 울림은 단원 개개인의 숙련된 기량과 공동체적 연대의 결과였다.


공연의 대미는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스텐딩으로 2차례 부른 "동해의 찬가"였다.
시민이 함께 노래하는 순간, 음악은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연대의 상징으로 확장되었다.
이날 객석 시민들은 앙코르를 외치며 “색소폰의 울림이 바다의 숨결처럼 따뜻했다”며 공연의 여운을 오래도록 나누었다.


최차순 동해메아리 색소폰 회장은 “생활예술은 꾸준함에서 비롯된 문화의 힘이며, 작은 울림이 모여 도시 정서를 바꾼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재민 강원민예총 동해지부장은 “색소폰은 국민악기로서 세대와 계층을 잇는 소통의 언어”라며 “이 무대가 시민의 예술적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21년 창단된 동해메아리 색소폰은 장애인의 날, 전천문화축제, 라벤더축제 등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예술의 생활화, 생활의 예술화’를 실천해 왔다.
이번 연주회는 다섯 번째 정기공연으로, 생활예술이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색소폰의 울림이 가을 바다처럼 퍼져나간 그 밤, 동해 시민들은 음악이 지역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연주회가 남긴 울림은, ‘로컬리티의 품격’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사진_ 조연섭•김미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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