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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Jun 28. 2023

지난해 마신 ‘동정춘’ 향내 아직 가시지 않네!

32.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글 소풍

우리술 동정춘 빚기, 사진_조연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남 줄 먹거리 만드는 일!

동해문화원이 운영하는 2023 강원막걸리학교 전통주 <동정춘> 빚기 강사로 참여한 송분선 전통주 명인은 수강생들에게 <지난해 마셨던 동정춘의 향내가 아직도 손에서 난다.>라며 우리 술 동정춘 향기가 얼마나 짙고 오래가는 명주인가를 알려줬다. 송명인은 강릉에서 수을향을 운영하며 약 20년 전 전통주에 입문해 우리 술전문가로 활동하는 전통주 명인이다.

명인은 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 뭔 줄 아세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학생들이 답이 없자 선생님은 <이웃을 위해 먹거리를 만들 때다.>라고 했다. 내가 빚은 술을 이웃과 가까운 지인들이 마시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했다. 술 빚기를 문화로 받아들이는 명인 정신이 보인다.

물, 쌀, 누룩 세 가지로 3천 종 넘는 술을 만든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술 빚는 기술은 거의 과학이라 하겠다. 우리 전통주를 빚는 일은 쌀을 고르고 누룩을 선택하고 좋은 물 찾기, 정성 들여 쌀 씻기, 고두밥 만들기, 체계적인 혼화 등 전체 과정이 쉽지 않은 아름다운 노동이다.

아마도 여기서 이웃에게 줄 먹거리를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비유한 것은 힘든 일을 극복하게 하는 나눔과 배려, 존중 등 우리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우리 술 빚기에 담아 비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한국문화재재단이 추진하는 어울아띠 무형문화재 전승사업이 진중 중인 강원막걸리학교 오늘 수업은 조선시대 명주의 하나 동정춘을 실습하는 날이라 더욱 기대되는 날이다.

오늘은 전통주 중에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최고의 경지 고급술이라는 <동정춘> 빚기와 먼저 클래스에 담은 진양주를 활용해 <급청주>를 담는 과정을 진행하는 날이다. 송 명인은 브런치스토리 구술 인터뷰에서 “내가 혼자 가지고 있는 기능은 기술이 되지만 이곳의 수강생처럼 모두가 함께 나누면 문화가 된다.”라며 우리 술의 가치를 표현했다.

동해문화원이 추진하는 <막걸리 마스터 클래스> 사업은 3년 전 행정안전부 인구감소 지역 지원사업으로 강원막걸리학교를 설립한 지 3년 차 진행되는 사업으로 지난해 훌륭한 평가를 받아 올해도 추진하게 된 전액 국비 공모사업이다.

지난해 마신 동정춘 향내 아직 손에서 난다!

중국의 주선(酒仙)이라 불릴 만큼 술을 좋아했고 특히 감정에도 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동파 소식(東坡 蘇軾)의 시에서도 <지난해 마신 동정춘 향내가 아직 손에서 난다.> 할 정도로 향기가 곱고 깊은 고급술이 동정춘이다. 임원십육지(1827년경)에 수록된 동정춘은 평생 동안 한 번은 꼭 마셔봐야 한다는 전설의 술이다.

동정춘은 밑술+덧술 형태의 이양주로 밑술을 구멍떡 형태로 빚는다. 술을 빚을 때 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빚기 어려운 술이기도 하다. 교육 때마다 한 번 더 빚자고 하면 수강생들이 기겁을 할 정도로 힘든 술이다.

맛은 꿀보다 더 달다. 단순히 첨가된 단맛이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얻어지는 단맛이다. 이제껏 이 술을 맛보고 놀라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2012년 국내 한 전통주 기업에서 동정춘을 한시적으로 출시했는데 당시 550ml 한 병 가격은 50만 원이었다. 돼지가 건강과 다산, 돈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기원하며 빚은 술이라 의미가 있다.

강원막걸리학교 술 빚기 막걸리 마스터 클래스는 사전 접수된 초급 20명, 고급 20명의 수강생과 푼평회를 포함 총 20개 강좌를 운영한다. 강사는 초급_김정녀, 고급_송분선, 특강_허시명 명동 막걸리학교 교장 등이 참여한다.

강원막걸리학교 수업 중, 사진_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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