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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Jun 29. 2023

법구잽이 30년의 기억, 동해 보역새놀이!

33.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글 소풍

300년 보 민속, 보역새놀이 원형을 찾아!
양덕모 어르신, 사진_조연섭

동해시 삼화 일원에 위치한 대표적인 농업유산 459년 역사 <홍월보>와 맥을 이어온 377년 보민 속 <보역새놀이>의 원형을 찾아 당시 법구잽이의 상법구로 30년 이상 경력이 있는 동해 서학골 거주 양덕모(남, 93) 어르신을 만났다. 고령에도 불구 아직 건강한 모습으로 마당까지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법구잽이_한 농악대에 여러 명의 법구잽이가 포함된다. 우두머리를 상법구라 부르고, 그 다음으로 부법구·삼법구 이렇게 불러 내려가다가 맨 마지막 법구잽이를 끝법구·별법구라고 부른다. 남사당패(男社黨牌)에서는 소고잽이를 벅구잽이라고 부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7일 삼화 금곡경로당에서 김복순(여, 88), 김갑산(여, 72) 어르신 등 10여 명 어르신과 약 1시간 이상 구술을 진행하고 양덕모 어르신이 거주하는 현장으로 달렸다. 동해 백복령 방향으로 직진, 달방댐 인근에서 좌회전 좁은 외길 도로를 5분 정도 달려서 양덕모 어르신 댁에 도착했다. 고유한 시골집 풍경이다. 몇 대의 승용차가 주차하고도 남을 정도로 넓은 마당은 주렁주렁 달린 노란 바탕의 붉은빛 복숭아가 탐스럽다. 어르신은 <우리 일하기 전에 복숭아 하나씩 따먹고 시작합시다. 하고 제안하신다.> 필자는 네 그러죠... 하고 담에 올라 복숭아나무로 갔다. 복숭아 4개를 덥석 따 하나씩 맛보면서 임웅수 연출 총감독이 진행하는 질문형식 보역새놀이 구술을 시작했다.

임웅수 연출가와 양덕모 어르신, 사진_조연섭
영화필름 보듯 맑게 회상하는 양덕모 어르신!
양덕모(남,93)_ 농사를 지으며 삼화지역 보역새놀이 등 악대에서 상법구 역할을 30년 이상 하신 분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로 전문 농악단은 아니지만 마을의 크고 작은 경사에는 늘 농악이 등장했다. 정월당제 단오 칠석 백중 등 농사와 밀접한 두레농악 형식을 뛰었으며 때로는 명절 지신밟기에 복을 빌어주기도 했다. 마을대갓집 상석을 세울 때는 30일 이상 돌을 날으며 일을 했다.


돌 나르는 방법은 4인 1조 또는 6인 1조 등으로 그룹을 짜서 목도소리와 함께 돌을 날랐다. 보를 쌓는 방법은 중간중간 큰 돌을 지렛대 삼아 놓았다. 소나무를 거치대로 만들었고 우장 같은 것을 짚으로 촘촘놓고 작은 물줄기가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덧대어  물을 가두는 보를 쌓았으며 높이는 사람 가슴 높이 정로로 약 1m 정도 된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머리에 상투를 하고 한 사람은 윗마을 주관자, 한 사람은 아랫마을 주관자로 해서 각종 행사에 대원들과 출전했다. 마을 여성분들은 대부분 제례 준비를 담당했고 민속에서는 무동이나 모심기 등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농악의 중심인 상쇠는 이웃마을 북평 대구리 이춘덕 씨가 출연료를 받고 여러 번 참여했고 삼화지역에서는 서 모 씨의 연주가 뛰어났으나 이름이 기억 안 나고 사망했다고 했다.  당시 가락은 다양했다고 한다. 모이는 가락은 정확한 이름이 없이 일반적인 <갱지 개그렁 갱지 개그렁>이었고 맺을 때는 <개갱 개갱, 개갱 개갱>등 대부분 영동지역 노동요 가락이 전해왔다고 했다. 모심기할 때 부르는 소리는 <심어보세 심어보세 오종종 줄모를 심어보세> 등 가사의 모심기 노래를 노동요 등과 같이 불렀다고 했다. 논을 맬 때는 하나씩 서서 소리를 하다가 <바다 같은 논자리가 넘어가네>, <이럴 럴럴 상사디야> 부르다가 줄을 맞춰 다 같이 쇠 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불렀다. “라고 기억했다.


보역새놀이의 원형발굴 선행조사는 기존자료를 보완하는 과정이다. 실제 당시 상황을 체험한 인물을 찾아 구술형태로 원형을 찾기 위함이며 조사결과를 참고로 보역새놀이를 완성해 2024년 강원민속예술제에 동해시 대표로 출연하게 된다. 이날 현장 구술은 이 프로그램의 연출 총감독을 맡은 임웅수(광명농악 인간문화재) 씨와 동해문화원 김영현 주임, 필자 등 3명이 기록에 참석했다.


동해문화원은 무형문화유산 발굴 계획에 의거 시의 대표적인 민속을 발굴해 지역축제에 올리고 강원민속예술축제와 한국민속예술제 등 출연을 돕고 문화적 가치가 입증될 경우 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로 이미 망상농악은 도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북평원님 답교놀이는 2022년 한국민속예술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해 문화유산 추진을 준비 중이다.


조선 인조 병술(1646년)에 시작된 보역새놀이의 탄생 배경은 진주지(眞州誌) 기록에서 시작된다. 기록에는 <1584년 선조 17년 박지생이 삼화동 홍월평에 관개수로를 개설하고 농토를 확장하였다.>라고 기록되고 있다. 박지생의 뒤를 이어 당시 부사를 지낸 신경희(申景禧)와 김예순(金禮順) 역시 보를 쌓고 농토 개간에 힘쓴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당시 보민 속의 가치는 공동선을 위해 자산을 쏟고 부유한 마을 만들기에 매진한 개간정신이 돋보이는 사례다.


삼화동 현 쌍용 C&E 지역 80만 평의 거대한 땅은 당시 물이 매우 부족했다고 한다. 그 메마른 땅에 보를 만들고 물을 넣어 옥토를 개간했다. 그 보가 바로 홍월보로 그곳은 보를 만드는 과정에 노동요가 필요했고 옥토에 모를 심는 모심기 하면서 모심기노래가 필요했다. 아랫마을 윗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많은 물을 담기 위해 수시로 분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금곡경로당에서 만난 김복순어르신과 회장, 사진_조연섭

삼화 6통 거주 김복선(여, 88)씨는 “당시 마을사람들이 각자 만들고 이어 놓은 물길을 밤에 본인 논으로 물길을 살짝 돌렸다가 들켜 마을 남자 주민들과 여려 차례 싸움을 벌였던 일명 <물꼬싸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여성들이 우리도 먹고살자 강하게 따지면 대부분 마을 남자들은 저주는 척 돌아갔다.”라고 기억했다.


한국 보 민속의 등장은 마을마다 농경지 위쪽의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곳에 보를 쌓는 역사가 시작되면서 여름철에 작은 개울가에서 패를 나누어 제각기 물을 막아 보를 쌓아놓고 물꼬를 터서 상대의 보(洑)를 무너뜨리는 놀이로 <돌싸움> 또는 <보 무너뜨리기>라고 했으며 주로 열 살 전, 후의 아이들이 즐겨했던 놀이로 동해시 삼화동 지역에서도 오래전부터 보 민속놀이가 성행했다. 이 놀이를  1985년 김시래(초대 동해문화원장)씨가 강원도민속예술축제 출전을 위해 연출과 시나리오 구성을 통해 복원하고 제12회(1986년), 제12회(1946년) 2회 도 민속예술축제에 출연하고 중단된 민속을 재정비하고 2024년 강원민속예술축제에 출전을 위해 임웅수(광명농악 인간문화재)씨를 연출자를 확정하고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보역새놀이는 농업유산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국가 중요농업유산 지정준비를 위한 보 민속 고찰>을 주제로 강릉원주대학교의 장정룡교수가 <동해시 보 민속의 전통과 민속적인 가치>를 주제로, 당시  세명대학교 이창식교수가 <삼화 보 민속 유산의 가치와 농업유산 등재> 주제의 발제로 참여한 학술심포지엄을 동해문화원 주관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임웅수 연출 총감독은 “보역새 놀이의 문화적 가치는 홍월보를 개척한 박지생, 김예순에게 공덕비를 지어 매년 공을 기리는 제사를 올리라고 한 것에서 이미 입증된 것이다. “라고 했으며 체계적이고 충분한 민속 선행조사를 통해 원형을 복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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