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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Jul 03. 2023

글 쓰는 이학주…100번째 책, 산수마을 사람들!

37.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글 소풍

컨트리 팝 가수 <케니 로저스>의 넉넉한 이미지를 닮은 글 쓰는 사람이 있다. 평소 사람 냄새나는 강의로 소문난 국문학자 이학주 박사가 주인공이다. 최근  100번째 책 <산수마을 사람들>을 발간했다.


저서는 '동아시아 전기소설의 문학세계', '아들 낳은 이야기', '화천 사람들의 삶과 민속문화', '화천 사람들의 축제와 구비문학', '강원도 무후제 조사연구', '인제 사람들의 마을신앙', '북산면 사람들', '수동골 사람들', ‘산수마을사람들’ 등 100권에 달한다.


평생 책 한 권 쓰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100번째 책을 발간한 이박사의 글쓰기 인생과 숨겨진 이야기, 오래 익어 아름답다는 책소제의 산수마을이야기, 독특한 강의법,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이 궁금해 통신 인터뷰로 만나봤다. (2023.7.2)

Q_ 안녕하세요?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강의와 글쓰기로 32년 달려왔습니다. 앞으로도 그 길은 달려갈 예정입니다. 글쓰는 일이 가장 행복한 이학주입니다.

Q_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이 궁금해요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은 제가 만든 연구원입니다. 그동안 제가 문학 연구 및 창작, 구술 조사와 기록․창작작업, 민속조사 및 기록작업, 문화콘텐츠발굴, 스토리텔링 작업 등에 대해 활동해 왔어요, 그러다 보니 그 기록물이 책 100여 권, 논문 90여 편, 수필 50여 편, 지역 N문화 등 글 500여 편, 지역 잡지 및 신문 기고 글 30여 편, 그리고 아직 기고하지 않은 글 등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이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세무서에 사업신고를 하고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을 개원해서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스토리텔링에 대한 서적과 연구물이 많았는데, 몇 년 전까지 스토리텔링 개념조차 만들지 않고 사용해 왔습니다. 이런 사유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걸고 주변 사람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감성과 감정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 마케팅”입니다. 그 용도가 상당히 넓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마케팅이라는 큰 목적이 항상 깔려 있습니다.

노래와 춤 온몸 강의 이학주 박사
Q_ 교수님 독특한 강의법은 개발하셨나요?

강의는 ‘내 생각을 수강생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문자 개체, 시각 개체, 멀티미디어 개체’로 전달하는데, 이를 각각의 성격에 따라 목소리 매체, 시각 매체, 멀티미디어 매체를 적당히 섞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강의는 연기자가 연기를 하듯 전달에 목적을 두고 강의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제 강의 지론입니다. 그래서 강의 도중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등 몸짓언어를 많이 표현합니다. 강한 충격과 재미가 있어야 오래 기억하니까요.

Q_ 취미와 문화 중심 경제활동이 궁금해요?

저는 대학에서 강의한 지 32년째입니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하고 있습니다. 기본 수입입니다. 각종 외부 강의, 프로젝트, 마을 책 만들기, 기타 글 써주기 등을 통해 수입을 창출합니다. 어떨 때는 생각보다 많아 흐뭇하기도 합니다. 취미는 등산이나 낚시, 밭일(채소 가꾸기 등)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배우는 진리가 가장 많은 원인이지요. 사람은 자연과 어울리고 자연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살기도 하지만 우리 과학기술은 모두 자연과 화합하고 싸우는 데서 비롯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선이 달나라를 가고 화성으로 가는 이유도 자연과 조화 또는 투쟁에 있습니다. 바다를 극복하려고 배를 만들었잖아요. 저도 등산과 낚시와 농사를 하면서 그런 원리를 터득하고 있습니다.

Q_ 제일 존경하는 사람?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한국의 문화를 꽃피운 세종대왕입니다. 글자를 만들고, 농사기술을 개발하고, 과학기술을 만들고, 신분제를 극복하는 등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일은 훈민정음(1910년대 한글이라 부름)이라는 문화사업에 있습니다. 28 자모로 세상의 모든 일을 기록할 수 있게 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임금입니다. 그 목적이 글자를 모르는 백성을 위한 것이었거든요. 글자는 권력이었습니다. 그 권력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일을 했던 것이지요.

Q_ 최근 발간 100번째 책 배경지 산수마을?

산수마을은 약 400년 전 고령신 씨들이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세종대왕의 14번째 아들 수춘군파 후손이 고령신 씨 딸과 혼인을 맺게 됩니다. 그 후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고 장인어른과 삶의 터전을 바꾸어서 현재 춘천시 남산면 산수리에 들어와 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산수리 마을 지명도 생기고요. 그때는 통현사(通玄寺)라는 절이 있어서 그 이름을 따 통곡리라 했어요. 통현(通玄)은 사물의 미묘한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이었거든요. 뜻은 참 좋았는데, 음이 통곡(痛哭)과 같다고 해서 2007년 산수 1리는 산(山)이 많고 산수 2리는 물(水, 홍천강)이 많다고 하여 산수리로 바뀝니다.

Q_ 산수마을사람들 책을 쓰게 된 동기?

이 책은 그 마을 사무장을 맡은 손복이라는 옛 인제대 교수의 부탁으로 진행됐습니다. 제가 구술을 모아 쓴 『가정리 의병마을』(2012) 책을 보고, 산수마을에도 그런 책을 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장 이장식 씨와 함께 부탁을 해서 2022년 1월에 시작해서 2023년 3월에 마무리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순수해서 참 좋았습니다. 꼭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같이 쓴 사람은 오염향(吳廉香)이라고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구술풀이와 채록, 그리고 서평, 교정 등 각종 허드렛일을 모두 맡아 주었습니다. 제가 쓴 글을 읽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지적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입니다.

Q. 책이 궁금해집니다. 산수마을 책 소개?
표지

『산수마을 사람들』은 제목에서 느끼는 내용과 같습니다. 산수마을사람들의 과거, 현재, 마래를 담았습니다. 마을의 역사를 찾았고, 현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들어 ‘재가공하고, 또는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좋은 일 중심으로 집필을 했지요. 그래서 각종 에피소드가 들어있습니다. 처음에는 일대기 중심 글도 담으려 했으나 원고가 넘쳐 줄였습니다. 먼저 산수리 사람들의 현재와 미래를 첫 장에 담았습니다. 다음 많은 양을 할애하여 지명을 조사 채록하여 담았습니다. 지명 속에는 그 마을 사람들의 과거, 현재, 미래(꿈)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에 빼면 안 됩니다. 지명 속에 있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세시풍속, 일생의례, 민속신앙, 생산민속, 옛이야기, 민요, 놀이, 의식주, 민간요법 등을 역시 과거, 현재, 미래로 엮었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어디 있는 누가 읽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특히 현재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더 그렇지요. 그래서 이 책을 받은 사람들은 책을 읽는 재미에 가게 문을 일찍 닫는다고 했습니다. 어떤 가게에서는 명사의 사인으로 저를 받기도 했으니까요.

Q_ 얼마 전 개최한 출판기념회 분위기?
100번째 출판기념회, 사진_이학주

출판기념회는 산수리 마을에서 주민들과 소박하게 열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약 100여 명 이상이 참여했습니다. 그날 도지사와 2명의 국회의원은 강원특별자치도 표결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고 보좌관을 대신 보냈고요. 1명의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농업기술센터장, 농협장, 춘천 지역 방송국 사장 1명, 각 신문사 기자, 춘천지역 마을 이장 총출동, 그리고 산수마을 향우회 회원, 산수마을사람들 등등이 참여해 축하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각 기관장도 참여를 했지요.


<산수마을 보물 1호>라는 호칭을 주었으니, 저는 인사말을 하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 책이 제가 낸 책 100권째 출간하는 책임을 자랑삼아 말하여서 더욱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출판기념회가 끝나고도 그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제 아내는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점심을 마련하고, 농악대를 불러서 한바탕 신나게 먹고 놀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잔치였지요. 산수리 마을에서 처음 있는 출판기념회라 역사적인 자리였습니다.

Q_ 책 내용 가장 남기고 싶은 꼭지?

아무래도 처음 쓴 글, 첫 번째 <한눈에 반한 마을, 산수리>입니다. 제가 산수리 마을을 보고 느낀 감성과 감정이 담겼거든요.

Q_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아무래도 첫 책 『동아시아 전기소설의 문학세계』(2002)입니다. 제 박사학위 논문을 다듬고 보충해서 낸 책입니다. 출간 2달 만에 다 팔려 다시 찍어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랑과 낭만의 도시 춘천』(2010)도 지역자원을 문화콘텐츠로 확산하는 방법을 실례를 들어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을 낸 후 서울과 천안 등의 대학원생 몇이 책을 사들고 춘천까지 제게 사인을 받으러 왔습니다. 논문은 <시공세계글쓰기>, <자기중심학습>, <나그네관광>, <4차 산업 혁명 글쓰기>, <치료관광 스토리텔링>, <신마인드맵이론> 등이 제가 썼지만 추천하고 싶은 논문입니다.

쓰면서 읽기, 글쓰기 시작
Q_ 작품활동, 강의 등 에피소드?

글쎄요. 워낙 매일 글을 읽고, 쓰는 터라 매일 전쟁이지요. 글을 사유하고 쓰기 위해서, 글을 읽는 방법 중에는 평소 두 가지가 있는데요. 독서삼매경과 독서백편의자현[통]이지요. 그런데 이 방법보다 쓰기에 좋은 방법이 ‘쓰면서 읽기’입니다. 이 방법은 국문학자 조동일 선생님이 개발하였습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많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먼저 쓰고자 하는 글을 쓰면서 필요한 부분을 읽으면서 참고하여 넣는 방식입니다. 제 삶의 지론이 변화입니다. 그래서 저는 “변화는 아름다운 덕행이다.”라고 합니다. 글을 쓸 때 많이 활용하는 글귀입니다. 가치관이기도 하고요. 창의적인 글쓰기, 말하기 등은 모두 자신을 변화시킬 때 나오니까요. (빨리 답하려니, 글쎄요.)

Q_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계획?

배운 게 글쓰기, 강의, 연구입니다. 힘닿는 그날까지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세상에 하고 싶은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더 멋진 강의법도 개발해야겠지요.

글 쓰는 이학주

이박사는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문래리에서 태어나 꼴 베고 밭 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서낭당에서 돼지를 잡아 제사를 지내고, 농약을 앞세워 집집이 돌며 걸립을 할 때 뒤꽁무니에서 춤을 췄다. 대학은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다녔고, 대학원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다녔다. '동아시아 전기소설의 예술적 특성연구'라는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가는 말

네 감사합니다. 필자가 본 글 쓰는 이학주 박사는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냄새는 나는 따뜻한 학자다.  박사는 국민을 위해 가장 멋진 권력을 활용한 세종대왕을 존경했고 조동일 국문학자가 개발한 글쓰기 방법 <쓰면서 읽기> 글쓰기 철학으로 추천한 분이다. 또한 창의적인 글쓰기는 자신을 변화시켰을 때 가능하다고 삶의 지론도 밝혔다. 글쓰기 32년을 100권의 책과 수백 편의 글로 마감하고 다시 도전하는 100권 글쓰기 공간과 시간 하루하루가 가치 있고 소풍 같은 날이기를 함께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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