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지역N문화
중심을 치는 손, 공동체를 깨우는 박자
24일 저녁, 한국농악연합회 임웅수 이사장은 동해 삼화지역 대표 민속, 보역새놀이 마지막 야학 현장에서 “장구가 농악을 이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농악이라는 집단예술의 질서, 공동체의 호흡, 그리고 한국 전통 리듬 미학의 핵심을 꿰뚫는 선언이다. 임 이사장의 말은 경험에서 길어 올린 통찰이자, 판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적 진실이다.
농악의 무대에서 징은 하늘의 소리처럼 울린다. 한 번 울리면 마을이 열리고, 판이 시작된다. 그러나 징은 박수를 받지 못한다. 잘 쳐도 당연하고, 한 번 어긋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화려함은 없되 무게가 있는 악기다.
반면 장구는 다르다. 장구는 사람의 몸에 가장 가깝다. 왼쪽과 오른쪽, 음과 양, 당김과 풀림을 두 팔로 동시에 짊어진다. 장구가 흔들리면 판이 흔들리고, 장구가 살아나면 모두가 살아난다. 그래서 “장구가 맛있게 쳐져야 음악이 간다”는 말은 농악판의 불문율이 된다. 
장구는 리더십의 악기다. 앞에 서서 명령하지 않는다. 대신 박으로 이끈다. 빠르지 않게, 느리지 않게, 모두가 따라올 수 있는 속도로 길을 연다. 장구 박은 지휘가 아니라 합의다. 누군가를 끌고 가는 힘이 아니라, 함께 가게 만드는 힘이다. 농악이 공동체 예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의 사회를 돌아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징’을 원한다. 울림은 크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고, 한 번의 소리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그러나 공동체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장구다. 매 순간 박을 놓치지 않는 성실함, 전체의 흐름을 듣는 감각, 그리고 자신이 중심임을 과시하지 않는 태도. 장구는 앞에 서지 않지만, 늘 한가운데 있다.
“장구가 농악을 이끈다”는 말은 결국 이렇게 읽혀야 한다.
공동체를 이끄는 힘은 가장 화려한 소리가 아니라, 가장 정확하게 중심을 지키는 리듬에서 나온다.
농악의 장구는 오늘도 묵묵히 그 사실을 두 손으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