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만학일기_ 이송희일 영화감독 특강
[기획] "인구 과잉은 거짓말, 진짜 주범은 화석연료"... 예술이 기후 '정의'를 묻다.
• 경희사이버대 이송희일 감독 특강, 기후 위기의 본질인 '탄소 자본주의' 정조준
• “인구론의 함정 빠지지 말라"... 해외 사례와 문학적 담론 통해 '구조적 모순' 지적
"우리는 흔히 '인구가 너무 많아서 지구가 아프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구문제도 사람에 의한 것도 사실이지만 기후 위기의 진짜 얼굴은 인구 증가보다 석탄·석유·가스로 지탱해 온 '화석연료 문명' 그 자체입니다."
지난 1월 17일, 경희사이버대학교 학부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이 마련한 2026년 온라인 시리즈 특강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에서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통념을 깨는 날 선 화두를 던졌다.
이날 강의는 단순 환경 보호의 호소보다 기후 위기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구조를 해부하고 예술의 실천적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종합진행과 토론을 맡은 이원재 교수(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전공)의 깊이 있는 해설이 더해진 이번 특강은 멀리 두바이에서 참석한 대학원 정유미 원우, 문화예술경영 전공 강윤주 지도교수 등 신청자 103명 중 72명이 참석했다.
“맬서스의 유령을 걷어치워라"... 화석연료 체제에 대한 고발
이날 이 감독은 기후 위기 원인을 '인구 과잉'으로 돌리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인구가 늘어 자원이 고갈된다는 멜서스적 인구론을 믿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탄소 배출의 대부분은 소수 부유한 국가와 기업의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 핵심은 '머릿수'가 아니라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해 무한 성장을 추구해 온 자본주의 시스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감독은 "책임을 개인의 소비나 인구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은 진짜 주범인 화석연료 체제를 은폐하는 것"이라며, 예술가들이 이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해외 사례와 서적의 담론을 인용하며 강의의 깊이를 더했다.
그는 아미타브 고시의 저서 『대혼란의 시대(The Great Derangement)』 등을 연상시키는 논지를 통해, "근대 문학이나 예술이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국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고 침묵해 왔다"라고 비판했다. 현실에서는 이미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되었음에도, 예술 속 이야기는 여전히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의 기후 행동 예술가들이 미술관이나 공공장소에서 행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 사례들을 소개하며, "예술은 점잖은 관조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춤'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절망 대신 춤을"... 연대의 감각 깨우기
화석연료 체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개인은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이 감독이 강의 제목을 '춤을 추어라'라고 정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기후 우울(Eco-anxiety)에 빠져 멈춰 서지 말고,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듯 연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춤은 파국을 외면하는 유희가 아니라, 무뎌진 생태적 감각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힘으로 시스템에 저항하는 능동적인 행위다.
약 90분의 강의에 이어진 토론을 진행한 이원재 교수는 강의에 참석한 필자의 질문을 먼저 소개했다. “문화기획자 입장에서 예술은 기후위기 앞에서 경고만 해도 될까요, 아니면 길을 보여줘야 할까요?”라는 질문이다. 감독은 두 가지 모두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깊이 있는 매뉴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제 문화예술경영에서 기후 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라며, "미래 기획자들은 화석연료 기반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생태적 가치와 돌봄을 중심에 둔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감독이 제시한 구조적 비판을 수용하여, 현장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갈 것을 당부했다.
이번 특강은 기후 위기를 단순히 '환경 문제'로만 접근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체제의 문제'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남겼다. 화석연료가 태우고 있는 것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 그리고 그 불길을 잡기 위해 예술은 더 격렬하게 춤추고 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100여 명의 청중들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