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만학일기
실패는 결과가 아니다. 태도의 문제다. 오늘의 좌절은 실패가 아니라, 끝나지 않은 과정에 붙은 임시 표식일 뿐이다. 만약 실패가 있었다면, 그것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버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장은 철학자 ‘니체‘의 사유 한복판을 정확히 겨냥한다.
니체에게 삶은 성취의 연속이 아니라 극복의 연쇄였다. 그는 인간을 완성된 존재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는 과정 속에 놓인 존재였다. 니체의 유명한 명제,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라는 선언은 성공을 향한 낙관이 아니라, 포기의 유혹을 거부하라는 윤리적 명령에 가깝다.
니체 철학의 중심에는 ‘의지’가 있다. 단순한 생존 본능이 아니라, 의지적 지속, 즉 ‘권력에의 의지’다. 이는 남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으려는 힘이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근력, 부서졌을 때 다시 사유하는 지성, 침묵 속에서도 다시 선택하는 용기. 니체가 말한 의지는 바로 이 지속의 힘이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니체가 경계한 것은 중도에서 멈추는 삶, 안전을 이유로 물러서는 태도였다. 니체의 세계에서 포기란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 자기 배반에 가깝다. 삶이 나를 쓰러뜨렸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있지만, 스스로 멈췄다는 고백은 철학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역시 이 지점에서 다시 읽혀야 한다. 만약 지금의 이 삶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면, 우리는 오늘의 선택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살아도 괜찮을 만큼 끝까지 버틸 것인가. 니체는 묻는다. “이 삶을 다시 살 수 있겠는가?” 그 질문 앞에서 포기는 더욱 가벼워지고, 버팀은 더욱 무거운 윤리가 된다.
오늘의 실패는 기록될 수 있다. 숫자로, 결과표로, 타인의 평가로. 그러나 니체의 철학은 그 기록을 덮고 다른 문장을 쓴다. 끝까지 버티지 않은 날이 실패의 날이다. 아직 서 있다면, 아직 선택하고 있다면, 아직 질문하고 있다면, 실패는 성립되지 않는다.
니체는 우리에게 희망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더 단단한 것을 요구한다. 포기하지 않을 책임이다. 이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에게 삶은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된다. 결말이 아니라 과정으로, 결과가 아니라 지속으로.
오늘 넘어졌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아직 끝까지 버티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니체는 단호하게 말한다.
포기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사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