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지역N문화
동해 월산 아트만(관장 김형권)이 주관한 2025 대한민국힐링미술대전에 출품된 레아박(세종대 회화과에서 순수회화를 전공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고등예술대학(ESAG)에서 그래픽아트를 경험한 작가)의 관계성에 대한 철학과 정신이 담긴 작품 “해, 바다 그리고 우리 함께”다.
힐링은 일시적 기분 전환에 도움은 되지만, 상처 등 깊은 트라우마에는 깊이 있는 공동체 활동 참여와 치료가 필요하며 전문가 진단이 필요하다. 힐링미술은 육체 정신 건강을 포함한 웰니스로 이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개인의 위안에 머문다. 레아박의 ‘해, 바다 그리고 우리 함께’는 다르다. 이 작품이 바라본 힐링의 본질은 개인 치유보다 공동체적 연대에서 완성됨을 보여줬다.
작가는 맨발 걷기 동해클럽의 해변 맨발 걷기 참여에서 이 작품의 감각과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회원들의 740일 넘게 이어진 추암해변 맨발 걷기 일정은 개인의 건강 루틴보다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 실천이 되었다. 관광상품도 아니고, 트렌디한 재현물도 아닌, 그저 매일 아침 바다와 모래를 밟는 신체적 경험이자 나를 발견해 가는 시간, 이것이 작가에게 창작의 원천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작품 속 손잡은 사람들의 원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작가는 가족의 아픔을 함께 이겨내는 과정에서 이 제목을 완성했다고 말한다. 밀려오는 파도에 근심을 던지고, 힘들면 지칠 때면 기대고, 손잡아 일으켜 함께 춤추자는 이 작품의 서사는 한 개인의 치유는 물론 공동체의 회복을 지향한다.
2024년 우수상과 2025년 장려상을 수상한 대한민국힐링미술대전이 이 작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힐링은 개인의 심리적 안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에서 완성된다. 떠오르는 태양은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맞이하는 것이다.
지역문화아카이브는 이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 관광명소 보다 주민들의 실제 삶, 일상적 실천이 예술적 창작으로 이어지는 순간. 맨발로 추암해변과 모래를 밟는 신체 감각이 캔버스 위 손잡은 사람들의 원으로 형상화되는 과정. 이것이 진정한 지역문화의 원형이다.
예술은 영혼을 담아 기록하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은 정확하다. 그리고 그 영혼은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함께 손잡은 공동체에서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