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새벽 눈, 지난밤 달방 산불에 도움 될까?

226.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지난밤 오후 8시 무렵, 동해시 달방댐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길은 어둠을 타고 번졌고, 소방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밤새 현장을 지켰다. 다행히 10시경 큰 불은 잡혔지만, 산불의 진짜 위험은 ‘이후’에 있다. 잔불, 재발화, 그리고 바람이다. 그런 새벽, 동해에는 눈이 내렸다.


눈은 소리 없이 숲 위에 내려앉았다. 검게 남은 흔적 위로 얇은 수분의 막이 생겼고, 공기는 한층 차분해졌다. 이 새벽의 눈이 과연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다만 조건부로”다.


산불 현장에서 눈과 습도는 잔불 억제에 분명한 역할을 한다. 많은 양이 아니더라도, 낮은 기온과 수분은 불씨의 산소 접촉을 줄이고 재점화 가능성을 낮춘다. 특히 바람이 잦아드는 새벽 시간대의 강설은 현장 안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달방댐 일대에서 대기 중인 인력들은 순찰 간격을 유지한 채, 잔불 관리를 이어가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러나 눈은 ‘마침표’가 아니다. 산불의 계절은 기후의 문턱에서 길어지고 있다. 건조한 대기, 돌풍, 인적 요인이 맞물리면 작은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난다. 오늘의 눈은 시간을 벌어준다. 불이 다시 숨을 쉬지 못하도록, 우리가 더 촘촘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이 대목에서 질문은 세상 사회로 옮겨간다. 우리는 왜 불이 난 뒤에야 숲을 말하는가. 왜 재가 남은 다음에야 물과 습도의 가치를 논하는가. 새벽의 눈은 호의이자 경고다. 자연은 스스로 회복할 힘을 갖고 있지만, 그 회복의 속도와 방향은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동해의 새벽 눈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오늘은 숨을 고르되, 내일을 준비하라고. 잔불을 지키는 일만큼, 불씨를 만들지 않는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이 하얀 침묵이 어젯밤의 불을 완전히 덮고, 다음 계절을 더 조심스럽게 여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2월에 내린 동해의 눈,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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