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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Jul 19. 2023

좋은 사람과 마시는 술, 천 잔도 부족하다.

47.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글 소풍

막걸리 빚기 시민 참여도 높다.

막걸리 빚기가 국민청원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되면서 전통주 빚기에 도전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막걸리학교에 본부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교육에 이어 <창업에 나서는 청년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정부의 각종 기금 공모사업을 주관하는 기관도 관심이 높다. 특히 문화재청 프로그램으로 무형문화재 활용 공모사업도 활발하다.

성과공유회 전통주 시음, 사진_조연섭

한국문화재재단이 진행하는 어울아띠 무형문화재 활용사업과 생생문화재 사업 등이 사례다. 17일 방문한 강원막걸리학교 역시 막걸리 빚기가 문화재 지정준비를 하던 시기인 3년 전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지원 공모사업으로 폐양조장을 복원한 공간으로 올해도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 지원으로 동해문화원이 운영하는 어울아띠 사업 현장이다.

동해문화원, 3년 차 공모사업 추진

이날은 지난 5월부터 주 2회 초급, 심화과정 총 20회로 운영한 <막걸리 마스터 클래스> 성과 공유회가 있는 날이다. 교육과정에 참여한 30여 명의 수강생들은 그동안 배운 전통주를 조별로 혹은 개인이 빚은 술 한, 두병씩 손에 들고 강원막걸리학교 성과공유회 장소로 모였다. 평소 팀별 교육인데 성과공유회는 통합 진행관계로 공간은 북적북적 꽉 찬 느낌이다. 진행석 앞 탁자는 먹음직스러운 각양 각색의 전통주로 막걸리를 좋아하는 필자의 코끝을 자극한다.

수강생들이 빚은 전통주, 사진_ 조연섭

성과공유회의 핵심은 사업에 참여한 30명의 체험 소감을 듣는 일과 지도에 참여한 전통주 명인의 총평도 있지만 가장 기대되는 시간은 본인들이 직접 빚은 술을 마셔보는 시간이다. 술 향기가 넘치는 양조장 장소에 도착하니 누군가 쓴 술 주제의 어록으로 남긴 <우리 술은 술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향기로 마신다>던 글이 떠오른다. 얼마나 향기가 좋았으면 그런 어록이 나왔을까? 술을 맛보며 소감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과하주, 이화주, 동정춘, 삼해주, 호산춘, 석창포, 진양주 등 명주를 한 모금씩 맛보며 체험소감을 이어간다.

막걸리 마스터 클래스, 만족도 높아!

초급에 참여한 조재희 씨는 “우리 전통주는 빚기를 배우는 일도 소중한 경험이지만 깊이 있는 우리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이 더 가치 있는 기억이 됐다.”라며 본인이 빚은 술을 소개했다. 출석률 100%의 최연소 수강생 김도연 씨는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기관에 감사드린다. 혼화, 쌀 씻기 등 어렵게 배운 술빚기로 힘들었지만 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달콤한 전통주의 결과물을 통해 성취감을 맛본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했다.

소감발표 김태선 수강생, 사진_조연섭

고급에 참여한 홍미자 씨는 "지난해 초급부터 전통주 세계에 입문해 여러 가지 술을  맛보고 빚어보면서 문화원에서 기획하여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전통 술 문화를 보존 발전시켜 나가는데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어울아띠를 마무리하며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 하고 싶은데 못한다는 섭섭한 점은 척척박사 선생님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부디 우리 술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2024년도 막걸리 마스터 클래스 꼭 부탁드립니다."라고 소감을 말씀해 주셨다.


동해문화원은 막걸리 빚기 대중화와 공간재생 사업으로 <막걸리 마스터 클래스>를 3년 차 진행 중이다. 첫 사업은 코로나 와중에도 비대면 줌, 유튜브를 활용해 가정과 양조장을 연계하는 이원 통신방송 형태로 진행해 코로나 상황을 극복한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사업은 참여자 만족도 평가 평점이 97점에 달할 정도로 참여자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오종식 동해문화원장 인사말, 사진_조연섭

이 프로그램의 강사는 서울 명동에서 막걸리학교를 운영 수천 명의 후진을 배출한 <허시명 술평론가>와 수을향으로 전통주 맥을 잇는 <송분선 전통주 명인>, <김정녀 술곳간 대표> 등 3명이 참여했다.


이날 성과공유회에서 총평을 담당한 송분선 전통주 명인은 "주봉지기천배소[酒逢知己千杯少], 화불투기반구다 [話不投機半句多]라는 말이 있다. 막역한 친구와 마주하며 마시는 술은 천 잔도 부족하고 말을 섞기 싫은 사람과 나누는 말은 반 마디도 많다는 얘기다!


우리가 살아가며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이 있으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했다. 서로 술이나 음식을 함께 할 때에는 형님 동생이니 하는 친구가 많으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에 도와줄 친구는 별로 없느니라. 길은 멀어도 찾아갈 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기별 없이 찾아가도 가슴을 가득채우는 정겨움으로 맞이해 주고 이런저런 사는 속내를 밤새워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이 고독한 강좌 힘든 시간을 함께한 수강생 여러분은 우리 전통주가 밤새워 나 곁을 지켜줄 진정한 벗이 될 것이다. “라고 했다.


오종식 동해문화원은 인시말을 통해 “정성과 혼을 들여 꾸준한 빚기를 실천합시다. 늘 우리 명주를 이웃과 벗에게 나누는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이자리에 있는 수강생 여러분이 그 중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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