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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Aug 10. 2023

닮고 싶은 기획자의 모습 7가지

65.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글 소풍

좋은 습관연구소 32번째 신간 <10년 차 기획자의 노트>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발췌한 글을 공유공유합니다. 기획자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꼼꼼히 읽고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선배 없이 일을 시작, 여러 스타트업을 거치며 생존력과 내성을 길렀다. 10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기록과 정리 그리고 회고에 바탕을 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
1.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자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기획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기본으로 여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위치다.

감정의 요동이 심하거나 이를 숨기지 못하고 잘 드러내는 사람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객관적인 의견보다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획자와 함께 일하는 동료는 불편하지 않으려 눈치를 보거나 해야 할 말을 제때 하지도 못한다(상사라면 더더욱). 무엇보다 좋지 않은 에너지를 퍼뜨려 팀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감정 조절을 잘하는 방법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기록(글쓰기)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글로 써보면 좀 더 정확하게 나 자신을 알고 조심하게 된다.

2. 배려하는 사람이 되자

개발이나 디자인 등 다른 담당자들이 기획자의 업무를 두고 통상하는 불만은 기획 내용이 무엇이든 이를 미리 알지 못해 기존에 하고 있던 일에 영향을 받을 때다. 중요 사항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일의 순서 등이 꼬였다는 점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불만을 품지 않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스펙 노트》 등으로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공감대를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세부적인 논의나 기획에서는 변경되거나 추가로 전달해야 하는 자료 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때, 수정 사항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함께 논의했던 가장 최근의 내용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함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일정의 타이트함도, 여러 변수로 말미암은 일정 조정도, 모두가 오케이 할 수 있다.

3. 왜? 라는 이유에 답할 수 있는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주관적인 근거로는 자신을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에는 어렵다.

공통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자료나 데이터 등으로 ‘왜?’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또 이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동료들 역시 같은 기준에서 반박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팀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는 가급적 ‘공통의 기준’을 만들어 그 범위 내에서 의견을 내도록 한다. 기준은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고, 어떤 데이터와 지표에 초점을 맞춰 커뮤니케이션할 지에 관한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주관적 판단에 따라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왜 우리는 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지? 왜 20대 여성들이 좋아하지? 이런 질문에 나는 물론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도 근거를 갖고 얘기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4. 과정의 원인과 이유를 생각하는 사람

어떤 사안에 충돌되는 이견이 발생했다. 충돌은 아무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반드시 어떤 트리거를 통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기획자의 역할은 관전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가 되어 이유를 확인하고 조정하고 모두가 오케이 하게 하는 사회자여야 한다.

1:1 대화를 한 번씩 해보면 겉에서 볼 때와 직접 파고들어 확인할 때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무턱대고 판단하는 것보다 이유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해결 방법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5. 팀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

배움은 나를 위한 배움이 있고 팀을 위한 배움이 있다. 기획자가 정책을 잘못 설계해서 혹은 디자이너가 모바일 내 텍스트 비율을 놓쳐서처럼 누구 책임인지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런 실수를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아는 것이다. 테스트를 꼼꼼하게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일정을 지나치게 빠듯하게 잡아 데드라인에만 신경 썼을 수도 있다. 이런 것이 바로 팀을 위한 배움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함께 노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팀 단위로 실수한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다시 검토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업무가 되어야 한다.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팀은 실패를 통해 더 단단해진다. 슈퍼셀(클래시 로열, 브롤스타즈 등을 개발한 핀란드 게임 회사)이 ‘실패 파티’를 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6. 팀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

종종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계주의 첫 번째 주자와 같다고 말한다. 모두가 같이 뛰는 경기지만 기획자는 가장 먼저 뛰는 첫 주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내 차례의 달리기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 기획자가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다음 주자, 또 그다음 주자가 어떻게 달리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기획은 프로젝트의 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개발자, 운영자, 디자이너 등)이 어떻게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지, 무슨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며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나로 시작한 출발이 잘못되지 않으려면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계속 챙겨야 하는 것이 기획자다.

7. 경험을 의심할 수 있는 사람

“그때 이렇게 해봤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하며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같은 조건과 환경이라면 고려해 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타깃 층도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도 모두 다른 경우라면, 전에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식의 의견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일 뿐이다. 그리고 큰 성공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기획자는 이전 경험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히, “이전에 이렇게 성공했어”라고 말하는 일은 더더욱 삼가야 한다.

지금까지 얘기한 일곱 가지는 나(작가 한성규)에게 하는 다짐과도 같다. 실제 위의 내용 전부를 지키며 일한다는 것은 꽤 난도가 있는 일이다. 연차가 높다고 해서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아는 유명 기업에서 일한다고 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늘 변수를 끼고 일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생존하려면 자신만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 데, 위의 일곱 가지는 그런 점에서 나의 다짐이고 기준이다.

나는 책상 한쪽, 눈에 띄는 곳에 이 일곱 가지를 적어놓고 매일 확인한다.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잘하고 있는 것은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나의 소중한 경험담이다. 남들이 알만한 유명한 기획자나 PM도 아니고 화려한 이력이나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혼자 힘으로 해왔다. 앞으로도 이 경험이 나를 좀 더 우수한 기획자로 그리고 관리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기획자로 일하는 것”에 대한 작은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를 쓴 한성규 작가는….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평생 광고인이 될 줄 알았다. 광고 대행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고, 뒤이어 26살 이른 나이에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은 실패로 끝났으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광고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위자드웍스, 오드엠, 오지큐 등을 거쳐 현재는 키노라이츠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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