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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Oct 02. 2023

여러분은 통닭집 잠재고객?

102.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글소풍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올해 추석 연휴는 아주 특별한 시간으로 보냈다. 명절 2주 전에 이미 예약된 시간이기도 하다. 내용은 필자의 아들아이가 운영하는 닭집 통닭 배달이다. 이유는 배달업체와 직원 모두 연휴 관계로 자체 배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배달은 추석날인 9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주문 들어온 통닭을 배달하는 것이다. 차량 운행은 평소 출퇴근 승용차를 이용했다.

노랑통닭 동해 북삼점, 사진_조연섭
첫 경험, 통닭 배달

배달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아들과 엄마가 명절 연휴에 쉬지도 못하고 장사한다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었다. 노련한 엄마는 주택 중심으로 필자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배달하기로 범위를 정했다. 우선 첫날은 오후 4시에 출근해 밤 11시 30분까지 배달이 이어졌다. 출근하고 첫 작업은 가계 앞 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는 일부터 진행했다. 높은 간판에 붙은 거미줄 청소와 실내 종합 환풍 등 평소 직원들의 손길이 가지 않을 장소를 중심으로 손을 봤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주문> 신호가 울리면서 주문이 시작됐다.

첫 배달은 반갑게 살고 있는 아파트 옆동이었고 배달을 가보니 주문한 사람은 전 직장 동료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길래 안부를 주고받고 따끈한 통닭을 전달했다. 돌아와 건물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뒷문으로 들어와 보니 주방에 있는 아들은 밀린 배달 통닭 작업으로 정신없고 모처럼 명절을 맞아 고향에 온 공주님은 주방에서 설거지로 분주하다. 온 가족은 통닭장사로 명절을 반납했다. 평소 주변 사례로만 사업을 봐온 터라 휴일 반납이 우리의 입장이 되자 느낌은 남달랐다.

밤 11시 30분 정도까지 몇 개를 배달했는지는 모르겠고 방문한 집들과 불편한 점 등 일부가 기억난다. 배달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은 차량이동이다. 이번 바달 경험으로 배달기업 소속 라이더의 세계를 이해하게 됐다. 왜 그렇게 달려야 하는지, 약속된 시간에 주문상품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삶의 필요성, 평소 잘 살아야 하겠다는 점 등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였다. 20대 초반 아들이 시작한 청년창업 현장을 체험해 보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먹는장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알게 됐다.

노랑통닭 동해 북삼점은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던 통닭집이다. 평소 음식 만들기에 관심 많았던 24세 필자 아들이 좋아하던 미술은 돈 벌어 취미로 하겠다고 백골부대 취사병 복무기간인 마지막 휴가기간에 누나와 같이 통닭 창업교육을 받고 창업한 곳이다.

고객들에게는 아직 사회경험과 지혜가 부족해 여러 가지로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하다. 청년의 젊은 생각 하나로 큰마음먹고 창업한 지 한 해가 지났는데도 늘 밝은 모습으로 잘 운영하고 있어 다행이다. 처음 전공을 보류하고 창업을 한다기에 아버지로서는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적인 멘토 역할을 해주는 작은 아빠(천곡점 노랑통닭 대표)도 있고 평소 필자가 늘 아들과 딸아이에게 강조하던 <건강하고 이웃과 친구를 사랑하고 일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라>는 말을 기억하며 아들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게 됐다.

오픈하고 약 1개월은 아빠인 필자가 도움을 주다가 사업은 사업의 특성과 자생이 필요하기에 아빠는 손을 떼고 스스로 성장하게 하고 꼭 필요할 때만 가끔 방문한다. 내부 주인장이 닭 튀기는 모습의 그림도 청년 주인장인 아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그림, 조준권_노랑통닭 동해 북삼점 대표
실내모습
모두 잠재고객

다음날 첫 배달 손님은 북평동의 해오름 교회 박대희 목사님 댁이었다. 주문이 들어오고 반가워서 직접 전달하려고 방문했다. 목사님은 평소 존경하는 분으로 논골담길 매거진 기사도 협조해 주신 분이다. 자녀분과 친구분 소개도 해주셨다. 여기저기 배달하다 보니 밤 11시가 지나간다. 주방에서 땀 흘리는 아빠를 바라보던 공주는 <아빠 먼저 들어가서 씻고 쉬세요>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식구가 여럿이라 먼저 씻고 쉬려고 들어왔다.

이번 추석은 아들이 운영하는 통닭을 배달하면서 이웃과 함께 보냈다. 역시 움직이니 돈이 생기는구나. 이틀 동안 수입도 발생했다. 기름값 7만 원 용돈 5만 원 2일간 총수입은 12만 원이다. 이 돈은 며칠뒤 방문할 할머니 용돈으로 드려야겠다. 이번 명절은 가장 낮은 자세로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역시 세상의 중심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었다. 좋은 말 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죄짓지 말고 원수 만들지 말고 잘 살아야겠다. “모두 나의 이웃이며 노랑통닭의 잠재 고객”이니까 말이다.

해오름교회 전경, 사진_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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