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연섭 Jan 04. 2024

새해 첫 술, 소주 1병의 수난기?

113. 매거진 글소풍

제철 ‘굴‘로 술상 차리고

새해가 시작됐다. 올해 도전하는 개인적인 결단 중 하나는 술자리에서 술 1병 이하 마시기다. 결단 내리고 어제 첫 술자리가 마련됐다. 후배가 마련한 가벼운 술자리로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갔다. 이유는 여러 가지고 신세를 진 후배라 아무 말 없이 따라갔다. 어쩌면 술 1병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안주라도 좋았으면 등 여러 가지 생각으로 달려 잠시 뒤 저녁식사 겸 최근 오픈했다는 지인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형 술집에 도착했다. 술집에 도착한 일행은 칼슘, 단백질, 철분이 풍부하다는 제철 생굴을 먼저 안주로 시켰다. 술은 소주와 맥주를 시키는 분위기다. 폭탄주로 시작하는데 저는 술잔을 잠시 멈추고, 난 천천히 마시겠다. 바로 선포하고 일단 폭탄주 제조를 제가 직접 시작했다. 소주를 적게 마시기 위한 전략이었다. 잔의 이름이 쓰인 부분을 사람 방향으로 두고 소맥 제조에 들어가 내잔은 쪼끔 넣고 폭탄주를 만들어 한잔씩 건넸다.

제철 굴, 사진_조연섭
폭탄주로 시작

일단 첫 잔은 예의상 한잔을 원샷으로 마시는 척했다. 안주는 싱싱한 굴 하나를 맛나 보이는 붉은 초장에 찍어 삼 켰다. 해산물 중에서도 한국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있었다. 향 좋고 담백한 제철음식이다. 주인에게 물어봤다. Q_굴의 제철은 언제인가요? A_주인은 A_11월에서 1월까지가 제철입니다. Q_ 어디에 좋은가요? A_겨울에 먹는 음식 중 영양가가 풍부한 식품 중 하나로 마그네슘, 아연, 칼슘이 풍부하고 특히 우리 몸속 에너지 역할을 하는 글리코겐과 지질 함량이 여름보다 겨울이 증가되기 때문에 겨울에 먹는 것이 좋고 아연의 함유량이 가장 많아 대표적인 스테미너 식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주인은 요리 전문가답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이제부터는 계속해서 이어질 술잔이 걱정이다.

2차는 오지 마라

폭탄주와 건배주가 몇 잔 더 이어진다. 실례를 무릅쓰고 꺾어 마시기로 작정했다. 오늘 자리를 만든 짓궂은 후배는 아닌데 하면서 마땅해하지 않은 듯 고개를 이리저리 휘졌는다. 그러나 끝까지 꺾어 마시기로 다시 한번 다짐하고 폭탄주 몇 잔을 꺾어 마시는 가운데 소주로 잔은 넘어간다. 잠시뒤 소주잔으로 넘어온 잔도 건배가 이어진다. 반잔씩 이어간다. 물도 마시고 한참을 달렸을까 1차는 재미가 없는 듯 마감하는 눈치다. 속으로 엄청 기뻤다. 빨리 집으로 가서 글도 쓰고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끝나고 집으로 가는 듯 같은 택시를 탔지만 2차를 가는 눈치다. 딴 때 같으면 2차 같이 가자고 할 텐데 가자는 말이 없고 일행은 먼저 내 집을 들러 시내로 가자고 한다. 결국 '너는 여기서 내려라 우린 2차 간다'로 들렸다. 시원섭섭이란 말은 이 상황에 쓰는 말 같았다. 술 안 마시고 글도 쓰고 좋은데 한편으로는 서운한 느낌도 들었다. 술을 끊으면 주변의 사람 절반이 줄어든다는 말이 실감 났다.

술과 사람사이의 갈등

술을 줄이고 글을 쓰고 혼자 잘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처음 출근한 새해 첫 짧은 술자리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술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내가 먼저인가 등등 말이다. 살아온 길은 <사람>이 먼저라고 지금껏 살아왔지만 살아갈 길은 <내가 먼저>인 삶을 찾는 게 옳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직장인이라면 퇴근 시간 다가오면 주주총회(술자리) 문자로 고민했던 경험이 많을 것이다. 날이 밝을 때까지 술을 마신다 해서 모임 이름을 동녘회로 지은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며 회원 8명이 폭탄주 8잔 건배가 시작인 모임이다. 다행히도 지난해부터는 상대 의사에 따라 마시는 양은 결정하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에너지도 마시는 양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모임도 이제 술과 음식보다 산행을 하고 하산해 간단하게 식사로 모임을 하자는 제안을 한 적도 있다. 저는 금년 64년 갑진 청용의 나이다.

맨발 걷기 현장에서 길을 찾기로 하다
한섬 해변 맨발 걷기, 사진_조연섭

분명히 젊은 사람이 왜 술 술 하는가 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 잘 마시던 술을 갑자기 한 병만 마신다는 결단의 의미는 단순 건강도 중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들과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싶은 새로운 도전 '나를 사랑하자'는 2024년 나의 결단의 기조 때문일 경향이 크다. 제가 지난해 도전한  <맨발 걷기> 사례다. 맨발 걷기를 하면서 매일 두 발을 보게 된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의 발에 대해서 무관심했는지를 깨닫는 한 해였다. 이제는 나를 돌아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친구를 만나고 싶고 지인과 대화가 필요하면 술보다는 맨발로 해변을 걷기로 했다. 대화하고 맨발 걷기 현장에서 길을 찾으며 홍익 정신을 전파하는 삶을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양홍 씨 교수공파, 손 보다 작은 ‘병오족보', 공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