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매거진 글소풍
어쩌다 동쪽나라 동해에 둥지를 튼 지가 28년 됐다. 지역에서 방송과 문화계 등에 종사하면서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이웃 사람들과 생사고락의 정신으로 인연을 맺고 지내왔다. 돌이켜보면 따듯한 지인들의 사회적 관심과 도움으로 다양한 지역사회 관련 문화사업과 취미생활 등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중심은 늘 소중한 시람, 즉 이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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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연한 기회에 묵호 로컬브랜드와 관련된 신문기사를 보게 됐다. 동해 묵호가 좋아 묵호에 살고 있는 여행작가 지인의 중앙 일간지 기사였다. 천천히 변해가는 묵호가 좋아 묵호에 오게 됐다는 작가가 묵호로 온 이후 우연인지 인연인지 묵호로 둥지를 옮기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결국 로컬브랜드의 중심도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다시 생각해 봤다. 여행작가 채지형•조성중부부는 묵호에 온후 지역 내 활동가들과 교류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문화프로그램 참여,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채지형 작가는 요즘 얼마 전까지 몇 년 참여했던 일출요가에 이어 해변맨발 걷기도 도전했다.
기억 속 여러가지 사회적 현상을 살펴볼때 지역을 살리고 죽이는 중심에는 철학이 있고 소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유사한 사례는 26년 전 후 동해대학교 시절도 있었다. 이때 저는 방송일에 종사하던 시절이고 당시 이 학교는 연극영화과가 학부로 운영되었고 인기 있는 고 윤영선 교수가 계셨다. 교수는 민예총이나 각 학교, 단체와 연계 지역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분이다.
당시 교수의 활동은 지역 내 연극계 바람을 몰고 오게 된다. 특히 청소년 연극이다. 관내 중, 고등학교 학교마다 연극 동아리가 결성될 정도였다. 교수 한 사람이 지역 연극계의 바람을 몰고 온 사례다. 당시 시대를 함께한 청소년들에게 끼친 사회적 성과는 실로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교수는 1957년 해남 태생이다. 동해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2000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아카데미 연기연출 대표강사 등으로 활동하다가 2007년 고인이 됐다.
저는 지금도 포기 못한 프로젝트 하나가 있다. 복제할 수 없는 거리를 공간적 대상으로 사람중심의 ‘로컬브랜드 거리’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예로 들면 동해 묵호 지역의 빈집을 전수 조사해 시에서 수리 후 전국 최고의 지원 조건으로 100명의 작가를 입주시키는 프로젝트다. 또 하나는 100년 노포 송정막걸리가 있는 송정을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다. 송정시장 중심으로 위크앤드 막걸리 나이트를 운영해 사람이 모이게 하고 사람이 넘치면 창업을 유도해 막걸리 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물론 행정상 각종 문제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사람과 도전정신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사업으로 보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은 혼자 가지고 있으면 기술이지만 나누면 문화가 된다.
위에서 글로 생각해 본 두 가지 프로젝트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은 혼자 가지고 있으면 기술이지만 나누면 문화가 되는 확장성을 보여준 로컬브랜드 아이템으로 핵심도 사람이다. 작가 개인의 브랜드화, 막걸리의 장인 정신의 나눔과 활동 주인공 모두는 사람이다. 사람이 문화를 만나 로컬브랜드를 만들고 글로컬시대 로컬이 경쟁력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사람중심의 사회, 인구소멸 시대 관계인구를 늘리는 일로 보인다. 동해 묵호에 정착해 활발한 활동으로 늘 주목받고 있는 채지형•조성중 여행작가 부부가 운영하는 여행책방 <잔잔하게>와 중앙시장의 <끼룩상점>, 묵호 거리에 들어선 목공예품점 <묘한 동해>, 여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개장한 호텔 <캐러멜 스테이션> 등 공간은 이미 묵호의 로컬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공간들 역시 탄생배경에는 주인장의 남다른 생각과 철학이 빚어낸 문화가 핵심이 아닌가 싶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소멸 등 사회적 관심사와 큰 과제 속에서 균형, 줄앙의 청년을 지역과 연계 파견해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 <넥스트 로컬>, 은퇴자 도시 <골드시티>등 문제를 극복하는 핵심은 결국 사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