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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Jun 21. 2024

동해역 홍포차 수제비와 ‘보역새놀이’ 인연?

93. 매거진_ 동쪽여행

20일 목요일, 일주일의 피로가 서서히 몸을 휘감으며 마음은 이미 주말의 자유를 꿈꾼다. 일터를 벗어나 마침내 찾아오는 그 여유로운 목요일, 나는 동해역 인근의 작은 식당, 홍포식당의 구수한 막장 수제비를 떠올린다. 이유는 매주 목요일이면 동해의 농업 유산 홍월보와 300년 이상을 이어온 민속 보역새놀이 지도를 위해 동해를 찾아오는 대한민국농악연합회 임웅수 이사장, 보역새놀이 연출자를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유난히도 서민적이며 농부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장 칼국수, 옹심이, 막장 수제비를 즐기는 충청도사나이다. KTX 동해역 앞 홍포차의 단골이며 한국민속예술축제 출연팀 연출자로 대통령상 수상팀을 다수 지도한 민속연출의 달인이다. 홍포차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곳이다. 그곳을 찾으면, 나는 항상 큰 누님 같은 주인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대한민국농악연합회 임웅수 이사장

오늘은 특별히 감자 옹심이로 만찬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지도자로 방문한 임이사장과 보역새놀이 지도 현장을 준비한다. 오늘은 동해안에서 이어온 멋진 소리 2곡을 오늘의 교안으로 준비해 왔다. 기대되는 오후다. 홍포식당의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는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고, 벽에는 아들이 그려줬다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그림과 사진들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내리는 한낮의 햇살은 은빛으로 빛나며 실내를 따뜻하게 물들인다.

구수한 홍포차 막장 수제비

주문을 하면, 주방에서는 바쁜 손길이 오가며 수제비가 준비된다. 얇고 부드러운 반죽이 능숙한 손길에 의해 만들어지고, 끓어오르는 국물 속에 담기면 수제비는 비로소 제 맛을 내기 시작한다. 국물은 진하고 깊은 맛이 나며, 푸짐한 채소와 잘 어우러져 구수한 향기를 뿜어낸다. 이 향기는 마치 추운 겨울날의 따뜻한 이불처럼 나를 감싸며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준다.


수제비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그 쫄깃한 식감과 진한 국물의 조화는 일주일의 피로를 단숨에 잊게 만든다. 홍포차의 수제비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나에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는 특별한 기억이자, 금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존재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동해역은 여행자들로 이미 여름이다. 멀리 바닷바람이 살랑거리던 아침고의 기억과, 저 멀리서 기차의 기적 소리가 들려온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나는 오늘의 수제비 시간은 즐거운 휴식이다.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목요일, 평소 수제비를 좋아한 필자와 검소한 이사장과 홍포차 수제비의 만남은 나에게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바꿔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오종식 동해문화원장
최준석 동해문화원 자문위원장
흥을 전달하는 임웅수 이사장

이렇듯 홍포식당의 구수한 수제비를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목요일을 기억한다. 일주일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이곳의 따뜻한 음식은 나에게 소중한 기억과 휴식을 선물해 준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언제나 나를 다시 동해역으로 이끌며, 오종식 동해문화원장, 최준석 자문위원장도 참여하는 뜨거운 열기의 보역새놀이를 만나는 목요일은 시민사회와 또 다른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시간이며 특별히 선택받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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