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맨발 걷기
동해 천곡동 도심 속 해변 맨발 걷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명상이다. 매일 발바닥으로 느끼는 모래, 그리고 시원한 해변의 감촉은 자연과의 은밀한 대화이다. 그 대화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조금씩 자신을 발견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아간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의 맨발 걷기는 조금 더 특별하다. 빗방울이 대지 위로 떨어지며 먼지를 씻어내는 순간, 우리는 공기 속의 찌꺼기들마저도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이때 더 이상 마스크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마치 자연이 우리를 위해 깨끗한 공기를 선물하는 것만 같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물기 어린 땅 신선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일상적 소음도 잊힌다.
물론, 태풍이나 폭우가 내리는 날에는 걷기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차가운 비가 옷을 적시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올 때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날조차도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발끝에서부터 전해지는 자연의 강렬한 기운을 느끼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오늘로 해변 맨발 걷기 283일째를 맞이한다. 한 해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지만, 발자국마다 남겨진 추억들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대지의 온도, 물기를 머금은 모래의 촉감, 그리고 비 오는 날의 그 신선한 공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내게 있어 진정한 행복의 단면들이다.
이제 출근길 사무실로 돌아서며 생각해 본다. 매일 발걸음 속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깨닫고, 스스로를 정화해 왔는지. 그리고 그 발걸음은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될 것이다. 비가 오든, 해가 쨍쨍하든, 대지와 나 사이의 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찾은 '도심 속 행복한 섬'의 진정한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