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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Sep 08. 2024

개간정신의 보고, 동해 ‘보역새놀이’ 심포지엄 성료

121. 동쪽여행

개간정신과 보민속 가치 재조명

2024년 9월 6일, 동해문화원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은 특별했다. 동해를 대표하는 민속이자 개간정신과 사람 등 특징이 분명한 보민속이기 때문이다. ‘보역새놀이’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90여 명이 넘는 시민과 전문가가 모여 삼화 지역의 역사적 유산을 다시 공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삼화 지역의 홍월평은 한때 버려진 땅이었다. 이곳에 박자생•김예순이 개간정신으로 일군 보문화 ‘홍월보’와 그 맥을 잇는 ‘보역새놀이‘는 지역의 뿌리 깊은 문화적 상징이자, 민속의 힘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행사 진행자로 참석한 저는 심포지엄이 한창 진행되는 중 문득 몇 가지 생각에 잠겼다. 최근 수강 중인 대학원 문화예술교육론 수업에서 교수님이 던진 말씀이 떠올랐다. “미래세대 문화예술교육은 썩은 지식을 싫어한다.” 이 말은 강한 울림을 주었다. 전통적인 지식과 교육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대식과 지식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민속과 전통 역시 그대로 유지되는 것만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해석되고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보역새놀이는 380년의 역사를 지닌 오래된 민속이지만, 세월이 지나며 그 의미와 기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등장했다. 어떤 이는 이 전통의 시작을 마을 공동체의 축제로 보고, 또 다른 이는 더 깊은 종교적 상징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 근본적인 가치는 여전히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심포지엄을 열고, 학문적으로 재조명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연구하고 논의한다.


동해문화원은 20년 넘게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해 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망상농악, 북평원님놀이, 홍월평의 보역새놀이 역시 잊혀졌을지도 모른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외롭고 힘든 과정일지라도 우리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느낀 바는 분명하다. 민속의 재조명은 학문적 연구를 넘어, 우리가 미래세대에 전할 새로운 교육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썩은 지식을 거부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과거의 가치를 존중하되 미래를 향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마지막 과제가 아닐까?


이 외로운 길을 걷는 것이 힘들더라도, 우리 세대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결국, 그것이 우리가 이룬 문화를 미래에 남기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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