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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Sep 09. 2024

북평민속오일장 역사를 새로 쓴 ‘달빛포차’!

122. 동쪽여행

북평민속장 변화의 시작, 달빛포차!

북평민속시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해의 중심이자, 사람 냄새나는 장터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 9월 7일, 북평오일장에서 열린 ‘위크앤드, 달빛포차’는 그 전통적인 이미지에 새로운 변화를 더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장터로 움직였다. 이날은 어쩌면 그동안 장날에만 찾아오던 시장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문을 열어 사람들과 추억을 나누는 장소의 시작이 됐다.


달빛포차,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인 이 프로그램은 먹고 마시는 자리만이 아니었다. 북평장 옛 우시장터에서 장터의 역사를 살려 소머리 수육을 안주 삼아, 정성 가득한 주안상과 함께, 동네 사람들이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자리였다. 스쳐 지나가는 손님이 아닌, 오랫동안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이웃들과 새로운 여행자들이 한데 모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날 밤,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노래를 부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특별한 음색들이 참여했으며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시민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아 불러주기도 했다. 그 노랫말 속에는 각자 기억과 추억이 묻어 나왔다. 노래 한 곡 한 곡은 사람들 사이에 쌓인 감정을 끌어올리고, 그 자리에서 함께한 모든 이들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시민 참여'에 있었다. 여행작가, 지역학 전문가, 상인, 시민 할 것 없이 모두가 북평장을 이야기하고,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며 하나가 되는 순간들이 펼쳐졌다. 문화와 역사를 사고팔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며,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척주지의 북평장 역사를 소개하는 윤종대 회장
공일오비 객원 조성민과, 사진_ 신혜영
남진수 북평장상인회장과
손뜨게질 퍼포먼스 작가 김도영과
가수 라익, 조영교, 박하나와 건배
가수 조영교와 라익, 박하나
객석에 참석한 시민들
현장을 누비는 공일오비 객원 조성민
중국, 필리핀 등에서 유학온 엘리트 대학원생들
객석
즐거워하는 시민들
윤종대 회장이 북평장 역사를 재조명하다
주막도 의자를 스폰하고 할인으로 함께해

참석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강원대학교에 유학 온 필리핀과 중국 출신의 학생들, 여러 명망 있는 여러 교수진들, 지역 사회단체의 회장과 회원들, 시의원과 공무원들까지도 자리를 함께했다. 각기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북평장의 밤하늘 아래서 어울려 북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북평시장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북평민속시장 역사를 바로잡다.
228(x), 348(o)

이날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북평오일장의 역사를 바로잡은 것이었다. ‘윤종대 동해시역사문화연구회 회장‘은 이 날의 게스트로 초대되어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그동안 북평장의 역사가 228년 전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허목의 척주지(1595~1682)에 따르면 약 12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348년 전부터 3일과 8일에 장이 섰다는 기록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북평장의 역사가 더욱 깊고 오래되었음을 입증하며, 그곳이 동해의 중요한 문화유산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특별한 이벤트도 선보였다. 장가방을 메고 북평장을 방문하는데 추억을 만들기 위해 마련한 손뜨개질 김도영 작가팀의 퍼포먼스다. 포차를 시작할 때 뜨개질을 시작하고 가장 우수한 참여자에게 작가의 손으로 뜬 작가의 정성이 담긴 손뜨개 가방을 선물하는 시간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더불어 토크 멘토로 참여한 ‘채지형 여행작가’는 동해의 가장 큰 매력으로 "사람"을 꼽았다. 그는 동해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와 진심을 이야기하며, 그들이야말로 이 지역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 말은 동해시는 물론 북평시장의 진정한 힘이 그곳에서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의 교류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이날의 달빛포차는 여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는 자리가 아니라, 북평시장이 걸어온 긴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도전 달빛포차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상인회 남진수 회장의 요청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저는 행사 종료 후 상인회장의 안내로 행사에 참석한 시 김형기 경제과장, 신영선 기획예산과장, 곽일규 시장관리팀장이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자리에서 과장들과 관계자들은 “프로그램 구성과 완성도에 만족했다. “라며 상설 주말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노을포차로 개최하자!

저는 “오늘 프로그램은 첫 프로그램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 이곳은 장의 특성상 초저녁 노을이 지기 시작할 때 개최해 일찍 마치고 민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노을포차’로 개최하면 된다. “라고 답했다.


북평민속오일장 위크앤드, 노을포차가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은 과연 어떨지, 그곳에서 펼쳐질 또 다른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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