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맨발 걷기
가을바람 속 300일 차 맨발 걷기, 그리고 추석의 의미!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동해 추암해변을 맨발로 걷는다. 바람은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바닷물은 여전히 늦여름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신발을 벗고 걷기 시작한 지 13년, 맨발 걷기는 300일째 되는 날이다. 그 기념비적인 날을 맞아, 가을바람이 살랑이는 추암해변을 다시 찾았다. 이곳은 300일 전, 맨발 걷기를 처음 도전했던 곳이다. 그때 나를 기억하며, 오늘도 맨발로 모래를 밟았다.
추암해변은 그 자체로 걸음에 대한 동지애로 환영을 보내는 듯하다. 백사장 모래 밀려나감 현상은 줄었고, 경사도 완만하다. 파도는 잔잔하게 발끝을 살짝 적시며 부드러운 느낌이다. 가을바람은 한층 더 상쾌하고 맑아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여행자의 심신을 맑게 정화시킨다. 이곳에서 걷기는 운동보다, 자연과 교감하며 나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다.
오늘 맨발 걷기는 나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었다. 추암과 증산해변에는 함께 걷기 위한 약속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모인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는 기후 위기를 걱정하며 행동에 나서는 정치인 친구도 있었고, 맨발 걷기 동해클럽의 활동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꽤 있다는 인근 지자체 모 시의원도 나의 걷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들은 나를 응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례를 만들고 맨발로 걷는 길, 일명 '맨발로드'를 조성하는 등 지역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다. 맨발 걷기 동해클럽과 활동 300일을 맞아 나의 걷기도 지역분들을 긍정적으로 움직이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오늘 나는 지난 300일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300일을 내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2025년 초, 맨발 걷기 365일을 기념하는 '맨발 걷기 365' 에세이를 발간하겠다는 계획도 다짐했다. 그 책은 내가 이 길을 걸으며 느낀 것, 생각한 것, 그리고 경험한 것들, 현장의 4계절을 담아낼 것이다. 나의 작은 발걸음이 세상에 큰 울림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길의 의미를 전하고 싶다.
맨발 걷기는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운동이 아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할 수 있는 가장 사회적이고도 자연스러운 책임의 실천이다. 홍익 정신을 바탕으로, 이웃에게 이로움을 전하고, 그리고 자연을 하나로 잇는 다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300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지만, 이 여정은 끝이 없다. 앞으로도 300일을 걸어가야 하는 이유는 걷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을 찾아가고, 동시에 세상과 더 깊은 연대를 이루어가기 때문이다.
추석이라는 명절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인 동시에, 내가 속한 이 사회와 자연을 돌아보는 시기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 특별한 날을 맞아,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되새기며 다시금 다짐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잔잔한 가을의 바다, 그곳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세상에도 깊은 의미를 새기며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