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맨발 걷기
동해의 아침은 늘 상쾌하다. 특히 아침 해변은 더욱 그렇다. 23일 월요일 온도는 영상 18도, 모나코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느낄 법한 이상적인 기온이다.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온도라는 말이 있다. 이곳, 동해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도 활기차다. 비는 그쳤고, 거친 파도는 백사장을 덮었다. 오늘은 벌써 304일 차 맨발 걷기가 이어지는 날, 내가 서 있는 곳은 행복한 섬 해변이다.
백사장은 파도의 습격을 고요히 받아들이며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파도는 쉼 없이 밀려오고, 그 물결 끝에 닿을 때마다 백사장은 잠시나마 물의 흔적을 새긴다. 그런 해변을 걷는 나는 맨발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내 발이 모래 위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파도가 잠깐 스쳐 지나가고, 파도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하지만 이 순간조차도 어떤 조화로움이 있다.
네 번째쯤 왕복했을까, 몸은 이미 땀에 젖었고, 발바닥은 모래와 포근한 물결의 교차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느낀다. 전자파가 중화되는 듯한, 신비로운 짜릿함이 발끝에서 전해진다. 매일 같은 바다, 같은 해변을 걷지만, 발바닥이 전하는 감각은 결코 같지 않다. 바다는 날마다 새로운 얼굴을 하고 있고, 그 속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이 바닷가를 걸으며 나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춘다. 거친 파도가 끝없이 몰아치고, 그 파도를 잠시 피하다 보면 문득 느껴지는 것은 삶 또한 이런 파도와 같다는 깨달음이다. 밀려왔다가 다시 물러나고, 고요함 속에서 또다시 요동치는 그 흐름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맨발로 해변을 걷는 것은 그 속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걸음걸이가 점점 느려진다. 백사장의 부드러운 감촉과 발끝에 스치는 파도의 푸근함은 그 자체로 오늘아침 최고의 위로다. 자연의 품 안에서, 나는 잠시나마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맨발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이야말로 나에게는 가장 큰 평화다.
문득 멀리 바라본다. 해변 너머로 펼쳐진 동해의 여명이 수놓은 수평선은 여전히 끝이 없고, 그 너머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어떤 곳보다 이곳에서 충분하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나의 하루도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