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맨발 걷기
동해의 가을 여명 속에서
가을이 온 걸까? 어느새 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며칠 전까지 퍼부었던 비가 멎고, 오늘은 맑은 하늘이 동해를 덮고 있다. 새벽 14도의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동해의 아침은 늘 아름답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여명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해변을 스치는 바람 속에는 가을의 향기가 묻어나고, 한섬 해변에 비친 여명은 마치 자연이 주는 작은 기적 같다.
나는 오늘도 맨발로 이 해변을 걷는다. 발밑에 닿는 모래는 축축한 듯 부드럽고 백사장 끝쪽은 제법 차갑다. 파도는 규칙적으로 발끝을 적시며 인사를 건넨다. 맨발 걷기 305일 차. 이 작은 습관은 내게 마음의 치유이자,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안겨 준다. 맨발로 걷는 이 순간, 발바닥에 전해지는 감촉이 곧 자연의 숨결인 듯하다. 그 감각은 나를 매 순간 깨어 있게 하고, 더불어 이곳에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오늘은 유난히 다른 맨발러들의 표정도 활기차다. 모두들 그간의 비와 고단함을 털어낸 듯,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은 리듬을 공유하고 있다. 바람, 파도, 그리고 발아래의 모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순간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일부가 된다. 해변에 내리쬐는 부드러운 빛, 그것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할 따스한 응원이자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위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내일도 이 한섬 해변을 맨발로 걸을 것이다. 가을이 온 동해의 아침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이곳에서의 나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진_ 조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