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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2024 지역문화박람회 IN 부산‘ 개막식이 진행되는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박람회 개최를 환영하는 232개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단결과 연대를 상징하는 232개의 깃발은 각기 다른 지역문화의 상징이 모여 만들어낸 거대한 문화의 파도였다. 지난해 동해 개최 시 제안했던 깃발 프로젝트, 불발됐지만 다행히 올해 부산에서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곳이 한국 문화원의 70년 역사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살아 숨 쉬는 공간임을 느꼈다.
2024년 지역문화박람회 IN 부산 개막식에서 김대진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오천 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 문화의 힘이 오늘 이곳에 있다”며, “이 박람회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문화강국으로 만드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그의 말속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명이 담겨 있었다.
깃발들이 선명하게 그려낸 문화의 파도는 이 박람회의 의미를 더 깊게 했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힘이자, 미래를 열어갈 지혜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문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의 문화는 더욱 깊어지고 강해졌다. 이 박람회가 바로 그 문화의 힘을 널리 알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람회 기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 체험, 전시는 단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우리가 직접 참여하고 느끼며 체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역이 가진 독특한 전통과 문화를 마주하며, 나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얼마나 다채롭고 풍부한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다양성이 곧 우리의 강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문화가 직면한 도전은 만만치 않다. 인구 소멸이라는 현대 사회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전통과 문화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김대진 회장이 언급한 ‘작은 밀알’이라는 표현은 그런 맥락에서 더욱 의미 깊게 다가왔다. 우리 각자가 우리 문화의 지킴이로서, 그 작은 밀알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29일 박람회가 끝나고 나면, 북항 친수공원은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가겠지만, 이곳에서 펼쳐졌던 문화의 향연은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깃발들이 만들어낸 그 장엄한 파도는 바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가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파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문화강국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파도를 멈추지 않도록, 그리고 더 멀리 퍼져 나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작은 밀알이 모여 거대한 숲을 이루듯, 우리의 문화도 그렇게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지난해 동해 묵호항에서 시작된 이 작은 밀알들이, 우리 모두의 손을 거쳐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커다란 힘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이곳을 떠난다.
사진_ 조연섭 스토리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