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News
지역 최고령 형님, 누님들의 재롱잔치 끝판왕이 펼쳐진 날이다. 동해문화예술회관 주변은 가을비와 가을 오후를 만끽하며 나이를 잊고 문화를 입는 어르신들로 활기가 넘쳤다. '제5회 동해시 경로당 프로그램 발표회'가 22일 동해문화예술회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노인이 존경받는 행복한 동해, 웃음꽃 활짝 피어나는 스마일 경로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발표는 대한노인회 동해지회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관내 130여 개 경로당 회원 600여 명이 넘는 참석자가 모였다. 그중 200명은 각 동 경로당을 대표하는 발표회 참가 회원들이었고, 400명은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과 시민들이었다. 행사장은 말 그대로 노인들의 열정과 재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르신들의 모습은 자신의 나이를 넘어서 각자의 개성을 무대로 펼치는 모습은 마치 청춘을 다시 불러온 듯한 장관이었다.
발표회의 문을 연 축하공연은 '라온색소폰 클럽'의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무대였다. 이연교 지도자와 색소포니스트 최은자를 포함한 13명의 색소포니스트들이 국민가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시작으로 추억을 자아내는 추억의 명곡들을 연주했다.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잔잔한 미소로 그들의 연주를 감상하며 손뼉을 마주쳤다. 색소폰 소리는 마치 지나온 시간들을 음악으로 빚어낸 듯, 참석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본격적인 발표회는 동해지회의 노인대학팀이 선보인 실버댄스로 화려하게 시작됐다. 어르신들이 선보인 춤은 나이를 잊은 듯 활기가 넘쳤고, 그들의 움직임 속에는 삶의 경륜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이어서 효가 경로당의 노래교실팀은 흥겨운 노래로 무대를 채우며 행사에 참여한 모두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노래와 춤으로 이루어진 이들의 무대는 무대 위에서 어르신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자신감 그 자체였다.
이날 발표회는 지역 사회의 초고령화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해결책으로도 주목받았다. 동해시의 인구는 현재 88,625명이며 그중 20% 이상이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인 동해시는 이제 이러한 경로당 프로그램 발표회를 통해 노인들의 활발한 사회적 참여를 독려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발표회는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여가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 활동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개인의 역량을 펼치며 활력을 되찾는 장이 되었다. 130개 이상의 경로당이 10개 팀으로 나뉘어 발표한 프로그램들은 그들이 어떻게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단지 그들만의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세대 간의 소통을 촉진하고 지역 사회 통합을 도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경로당이 노인 교육의 장으로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경로당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어르신들이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어르신들은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사회와 활발히 연결되며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동해시 경로당 프로그램 발표회는 노인 복지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며,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러한 행사는 일회성 문화 활동의 하나로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이 사회와 끊임없이 연결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지역 사회와 어르신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밝고 건강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 행사였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발표회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보여준 밝은 미소와 에너지, 그리고 그들의 무대 위에서의 활약은 동해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한 줄기 희망이었다. 노년의 삶도, 재롱잔치의 무대 위에서도, 그들의 즐거움과 행복은 여전히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글•사진_ 조연섭 브런치 작가, 문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