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맨발 걷기
맨발 걷기 334일 차 동해의 아침, 특히 추암 아침은 한 편의 시와 같은 매혹을 품고 있다. 그곳의 일출은 단순히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넘어, 어둠에서 빛으로 전환되는 순간의 신비와 그 과정 속에 담긴 자연의 섭리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여명 속 구름과 바다의 조화, 그리고 그 자리에 선 사람들까지 모두가 조용한 찬란함을 지닌 이 아침의 한 부분이 되어 동해의 신선이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2년 전, 국가유산청의 공모사업으로 필자가 기획했던 뮤지컬에서 극본을 담당했던 단국대학교 대학원 박용재 교수는 해암정을 세우고 후학을 양성했던 인물 심동로 선생을 ‘동해의 신선’으로 불렀다. 그는 학문과 예술을 전파하며 지역의 정신적 기둥이 되었고, 동해의 신비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수많은 후학을 양성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동해의 해변, 특히 추암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신선들이 태어나고 있다. 바로 맨발로 걷기를 실천하는 ‘맨발러’들이다. 이들이 신선이라 불리는 이유는, 맨발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자연과 하나로 연결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아침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기 때문이다.
아침 추암 매력과 가치
추암 아침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여명은 신비로우며, 바다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받아 반짝인다. 구름은 고요히 흘러가며 하늘의 폭을 채우고, 그곳에 선 사람들은 일출의 장엄함을 눈과 마음에 담는다. 이곳 추암의 아침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고 새롭게 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에너지는 맨발러들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다가오며,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맨발 걷기는 맨발로 걸으며 발바닥이 바닷물과 모래에 닿을 때, 몸은 자연의 기운을 직접 느끼며 자연의 에너지 땅과 연결된다. 이러한 과정은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명상과도 같은 효과를 준다. 또한, 맨발 걷기는 활성산소, 전자파를 중화시켜 혈액 순환을 왕성하게 하고, 발 근육과 관절을 강화시킨다. 이는 신체적인 건강 증진을 넘어, 자연과 일체가 되어 무언가에 깊이 몰입하는 경험을 통해 정신적인 성숙을 도모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맨발러가 추암의 신선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맨발러들이 '추암의 신선'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경험하는 특별한 아침 때문이다. 늘 추암의 아침은 개인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스스로 신선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동해의 해변을 맨발로 걸어가면서 이들은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자연의 힘을 온전히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신발을 신고 걷기에서 얻지 못하는 생명의 과학을 체험하는 자연과 교감이며 내면의 평화를 찾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추암의 맨발 걷기는 동해 지역만의 특별한 자연환경 속에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가치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동해안에서도 해변 백사장의 원형의 변화가 가장 적은 해변이기 때문이다. 맨발러들은 지역의 아침을 온전히 즐기고 느끼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존재들로 남는다. 이러한 점에서, 맨발러들은 동해의 신선이라 불릴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동해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하며 동해의 아침을 더욱 빛나게 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추암여명 속 맨발 걷기
사진•글_ 조연섭 문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