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동쪽여행
매듭을 만나면 매듭이 풀린다
2024년 강원문화대축전을 다녀왔다. 생활문화를 펼치고 소통하며 깊이 바라본 삶의 지혜 "매듭을 푸는 방법"을 배운 소중한 자리였다.
폭설이 이어진 28일, 대설주의보 발표로 모두 잠을 설치고 맞이하는 행사날 새벽, 목적지인 인제는 영하의 기온이라고 한다. 버스 한 대로 20여 명이 두 손 비비며 가을꽃과 자작나무 숲으로 유명한 인제로 출발했다. 도 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한 “2024년 강원문화대축전”이 인제군 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되는 날이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행사장, 이웃 문화원관계자들은 작은 무대를 걱정했지만 모처럼 소박하고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자리였다. 18개 시·군 문화원이 한자리에 모인 이 축제는 강원특별자치도와 18개 지역 전통과 문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중 동해문화원은 올해 매듭공예 ”끈노리“ 전시로 참여하며 전통 매듭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문화원의 매듭공예 전시는 이은수 명인의 지도 아래 진행된 “끈노리” 공예 작품들이 주요 전시물로 전시됐다. 전통 매듭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예보다 한민족의 정서인 “정성과 연결과 조화, 절제와 창조성을 상징하는 철학과 정신” 이 담겨있다. 매듭의 끈 하나하나는 서로를 엮고 지탱하며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내는 동시에, 풀릴 때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날 전시는 그 상징성을 도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무대에서는 초청밴드 축하공연, 합창, 해금산조, 가야금 병창, 댄스, 밴드공연, 모듬북 등 도내 문화원의 다양한 공연이 올려졌다. 20년을 근무한 나는 무대 아래에서 무대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합창을 볼 때 묘한 기분에 눈시울도 적셨다.
매듭공예, 전통과 현대의 연결고리
전통 매듭은 한국의 복식과 장신구를 비롯해 의례와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어 온 문화적 유산이다. 매듭은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겸비한 동시에 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매듭을 묶는 행위는 관계와 연결을 뜻하며, 매듭이 풀리는 순간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이 날 전시를 본 여러 문화원 관계자들, 특히 학생회장들로부터 강의를 도입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진 것은 이 매듭의 철학이 관람객에게 자연스레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전통 매듭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살아 있는 유산임을 보여준다.
축하와 성과 속에서 다시 찾은 지역문화원의 가치
이번 축전에서는 문화원의 주요 구성원들이 다수의 수상을 하며 그간 노고와 헌신이 빛을 발했다. 조연섭 사무국장과 김해정 문화경영부장이 20년 근속 공로패를, 신혜영 이사가 도지사 표창을, 권지연 가야금 강사가 도의회 의장상을 수상했다. 특히 도에서 참석한 모 고위공무원도 오찬자리에서 “오늘 1부 시상 무대는 마치 동해문화원의 날 같았다. 원장님께서 점심 식사 사셔야겠어요” 라며 축하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수줍게 손을 얼굴로 가리며 입을 연 이은수 매듭 강사는 “연습 과정이 힘들었지만 전시를 마친 지금, 지금 이 자리에 전시된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들의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과정이었다. 매듭이 가진 상징적 의미인 “연결과 조화”는 단순히 작품 안에서만이 아니라, 참여자들 사이에서 생생하게 구현되었다.
소통과 연결의 가치, “매듭을 만나면 매듭이 풀린다”
전시와 공연을 마친 후, 문화원은 이동 버스 시간을 활용해 'BUS 토크'를 진행하며 축제에 대한 평가와 소감을 나누었다. 필자는 진행자로서 전시와 행사의 성과를 공유하며 특히 매듭공예가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점을 강조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핵심 주제는 “소통과 연결의 힘, 매듭을 만나면 매듭이 풀린다. ”였다.
토론을 통해 전통 매듭공예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철학을 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된다는 걸 발견했다.
대부분 참여자들은 지역 문화원이 시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이어주는 공간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얼떨결에 CC로 남편을 만나 동해에 정착한 지 25년 지났다는 참여자 중 한 명은 “동해는 이미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라고 밝히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전시와 공연을 보며 가족과 어르신들을 떠올렸다는 참여자들은 문화원이 세대를 넘어 감동과 치유를 제공하는 장소임을 되새겼다.
문화원 문화학교가 시민사회에 끼치는 가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치 이상으로 높다는 의견들이었다. 앞으로도 쭉 다니고 싶다. 그리고 특별한 관심을 아끼지 않는 오종식 원장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감사드리며 동해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으며 모처럼 아름다운 외출이었다고 했다.
이날 함께한 이향심 다례화 강사와 수강생들은 버스 토크쇼에서 “전통의 절제와 현대의 조화를 잘 나타내는 다례의 정신과 전통매듭은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하는 교육적 요소와 철학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라고 했다. 총학생회 최현선 회장과 총무는 “사물대회 참석 때는 성적이 있기 때문에 긴장을 했는데 이번은 전시와 축제 참여라 마치 소풍 가듯 다녀왔다며 문화원이 예산을 가치 있는 일에 쓰고 있다며 동해에 문화원이 문화의 중심을 지키고 있어 행복하다. “라고 했다.
김은혜 등 일부 참여 수강생들도 “어르신들의 에어로빅과 라인댄스를 보며 눈물도 흘렸다. 80대 넘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 “ 라며 가족을 소환하기도 했다. 문화원 신혜영 이사와 대부분 수강생들은 동해문화원이 코로나로 중단한 댄스 프로그램과 요가 프로그램 복원 요청도 있었다. 사무국에서는 예산 등 관과 협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해정 부장은 오늘 받은 공로패는 의미 있는 상 같다. 20년 동안 “사표를 몇 번 쓰면서 고생했지만 지금까지 잘 견뎌온 보람“이라고 했다. 막내 김영현 주임은 “공로패를 받은 조연섭국장님, 김해정 부장님 축하드립니다. 모두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눈물겨웠고 문화원이라는 공간이 우리 시민의 정서와 맘을 따뜻하게 해주는 공간 같아 일은 다소 힘들지만 오늘은 참 행복합니다. “라고 했다.
총평에서 오종식 원장은 “2024년 강원문화대축전은 지역문화의 다양성과 전통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동해문화원이 전통매듭 전시를 통해 지역 문화의 고유한 가치를 알리고, 도내 문화원 간의 협력을 이끌어낸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특히 매듭공예에 대한 높은 관심과 교육적 확장 가능성은 전통문화가 현대적 맥락에서 재조명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민들의 정서적 공감과 자부심이 동해문화원 활동의 큰 원동력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앞으로도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한 소통과 연결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이번 축전은 문화원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되새기게 한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결국, 전통 매듭의 정신은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매듭을 풀면 새로운 매듭을 지을 수 있듯,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려는 끊임없는 소통은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매듭을 푸는 열쇠가 된다는 점을 깨닫는 하루였다.
행복한 연결이 풀어가는 매듭
“행복한 예술가가 행복한 예술을 만든다”는 말처럼, 전통 매듭의 정신은 공예의 예술적 가치와 표현은 물론, 우리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 연결된 끈이 서로를 지지하며 아름다운 형상을 이루듯, 사람 간의 소통과 협력 또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든다. 필자는 축전 후기 버스 토크쇼를 마치며 “매듭을 만나면 매듭이 풀린다”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행복을 주고, 그것을 나누며 소통할 때 모든 매듭은 풀릴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전통 매듭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대와 미래를 잇는 실질적이고 철학적인 가치를 지닌다. 강원문화대축전에서 동해문화원 문화학교가 보여준 매듭공예는 단지 하나의 작품보다 소통과 연결, 재생의 상징이었다. 이날 우리는 어떤 매듭이라도 다시 풀 수 있는 힘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2024년 강원문화대축전 후기, BUS토크.. 사진_ 조연섭 브런치스토리 작가, 스토리 크리에이터, 문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