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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Catkr Jul 18. 2015

사진보다 아름다운 풍경

오래전에 지금보다 사진에 푹 빠져있던 어떤 겨울의 이야기이다. 
그날 모인 세명은 새벽에 술을 마시고 밤을 샌 뒤 사진을 찍으러 갑자기 차를 몰아 동해로 출발했다. 

차 안에서 본 그날의 새벽은 멋지고도 멋졌다. 

달리는 차에서 사진을 찍기란 여간 쉽지 않았고, 그 때문에 난 아쉬움을 연발했다. 
내 그 모습을 보고 나보다 앞서 사진을 했던 한 분이 나에게 한마디를 해주셨다. 

"괜찮아. 그게 멋지다는 걸 아는 것이 더 중요한 거야." 

그 겨울 신던 신발이 어디로 갔는 지 알 수없을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가을을 끝내는 비가 오던 어떤 날, 나는 아무 일과도 없기에 버스를 타고 시내 구경을 나갔다. 

버스를 타고 시내의 모습을 보니 노래 가사에 나올 법한 그런 모습이었다. 
성시경 씨가 나타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가를 지나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내가 평소 좋아하는 곳에서 내린 다음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런데 현상을 해놓고 보니 새 카메라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 사진은 참 별로였다. 

그래도 괜찮다. 

사진은 그날 내가 사진보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참 행복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Nov. 2006, E100VS,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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