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현지인들과의 이야기들

by TCatkr
data_v5_daytrip_eu022_1_s.jpg Aug. 2006, E100VS, Praha


프라하 중앙역에서 내린 일행은 방황했다. 숙소를 예약해놓지 않아서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 찰나에 한 노인이 우산을 쓴 채 다가와서 싼 숙소가 있다고 꼬득였다. 가격을 물어보니 굉장히 싸길래 흔쾌히 캐리어를 끌고 그 노인을 따라갔다. 노인은 내 일행을 트램으로 안내했다. 당장 환전을 안 해서 트램을 탈 돈이 없었는데, 노인은 괜찮다고 했다. 무슨 특별한 수가 있는가 했더니 그냥 무임승차였다. 노인은 입뻥긋도 하지 않은 채 트램에서 시치미를 뗐다.


도착한 곳은 한 초등학교였다. 방학기간에는 초등학교를 개방하여 여행자 숙소로 쓰고 있었다. 거대한 교실엔 침대 몇 개가 놓여있었고, 노인은 뭔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무슨 게임에 나오는 NPC처럼 유유히 사라졌다.


저녁이 되자 우리 말고 같은 교실에서 숙박하는 친구들이 첫 모습을 보였다. 물어보니 스페인에서 왔다고들 했다. 서로 잘 되지 않는 영어로 간단히 통성명을 하고 난 침대로 돌아가려는 차 그들이 날 붙잡았다.


"같이 술 하지 않을래?"


그들은 콜라와 와인을 섞더니 뭔가 그럴싸한 술을 만들었고, 밤 늦게까지 그 술을 마셨다. 나도 스페인 사람은 처음 보는 지라 그 모임이 흥미로웠고, 자리를 뜨지 못 했다.

data_v5_daytrip_eu050.jpg Aug. 2006, TMY, Praha


"난 너희 한국어가 말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해."

"무슨 소리야. 스페인어가 훨씬 빠르고 알아듣기 어려워."

"그럼 천천히 말해봐."

"안-녕-하-세-요."

"진짜 빠르다."

data_v5_daytrip_eu049.jpg Aug. 2006, TMY, Praha

모두들 약간 취기가 올랐을 때 자리를 파하자는 말이 나왔다. 나도 자리를 뜨고 세면을 하려는 차, 갑자기 한 여자분이 나한테 얼굴을 들이 밀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난 깜짝 놀랐다.


"뭐하는 거예요?!"

"자기 전에 스페인식 인사해야죠."


data_v5_daytrip_eu051.jpg Aug. 2006, TX, Incheon

공항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난 내 자리 옆에서 한 외국인이 누워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얼굴만 봐도 피곤에 쩌들어있다는 게 다 드러날 정도로 고단해 보였다.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폴라로이드로 자는 모습 한 장을 찍어주고,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뒤 그 여자는 잠에서 깼서는 머리맡에 놓인 사진을 보고 나를 의심했고, 나는 그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사진을 찍어줬다고 하면서 통성명을 했다. 그의 이름은 야나 배긴스, 체코에서 간호사를 한다고 했다.

내가 찍어준 사진을 멀끔히 바라보다, 사진 잘 받는 얼굴이라고 내가 말해주니 말없이 미소만 짓던 그가 나에게 말했다.

"이번엔 내가 당신의 얼굴을 찍어볼래요."


data_v5_daytrip_eu072.jpg Aug. 2006, E100VS, Amsterdam

"나 모로코에서 왔어"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만난 모로코 이민자, 모하메드.

"모로코 멋진 곳이에요. 다음에 가보고 싶어요"
"멋지지. 그런데 나.. 배고파서, 이 곳으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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