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또 뭐 주문했어?"
집에 영어로 적힌 우편물이 와 있길래 엄마가 갑자기 의심을 했다. 편지봉투를 읽어보니 이탈리아 레반토에서 만난 안토니오가 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아직도 어설프게 영어를 하던 그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호스텔에 앉아있던 나에게 먼저 접근해서 다짜고짜 어디서 왔냐고 묻고는 친한 척을 해댔다. 서로 짧은 영어에 할말이 많진 않았는데, 주소를 냉큼 알려달라고 해서 정말로 내 주소를 적어줬었다.
내 홈페이지에도 들렀다는 그는 사진이 멋지다는 말로 편지를 시작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날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안 불어본지 10년이 된 단소까지 불어볼 생각을 했던 나인걸 떠올려보면, 나를 알리게 된 보람이 뒤늦게 들었다.
어렵지 않은 그의 영어 때문인지, 편지는 읽을 수록 매력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는 게임 때문에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최근의 한류 열풍도 있지만 게임으로 한국를 좋아할 수도 있구나 싶기도 하다.
편지 끝부분에 한국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그의 글귀을 읽으니 한국의 모습이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들었다. 적어도 내 사진이 사기였다고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
"엄마, 근데 말야. 이 친구 영어를 모두 대문자로 썼어."
"소문자를 몰라서 그런거야?"
"글쎄. 근데 그럼 나도 대문자로 써서 답장 보내야해?"
Aug. 2006, E100VS, Czech 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