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나오지 않는 이탈리아

by TCatkr
Aug, 2006, E100VS, Venezia

내 베네치아의 숙소는 좁고 어두운 창이 난 1층의 방이었다. 꼭 내가 중세의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침침했다. 베네치아 곳곳으로 운하가 나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문을 열면 짠내가 났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나와 거리를 걷다보면 이내 곧 그 짠내가 사라졌다. 그게 신기했다. 골목골목, 베네치아의 미로같은 길들을 걷다가 취해버리나 싶었다. 어디든 유려했으니까.

Aug, 2006, E100VS, Venezia

베네치아에 관광객은 터져났다. 산 마르코 광장의 그 수많은 비둘기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하면 믿으라나.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비둘기 속의 갈매기만큼 적었다. 그런 베네치아의 가장 멋진 시간은 따로 있었다. 밤이 오고 곤도라도 대부분 멈출때 쯤 화장품 광고에서나 봄직한 색상이 차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조명이 비춰졌고고, 베네치아가 오래된 도시라서 오묘하게 나버린 길이 눈에 그런 조명 아래 들어왔다. 누군가 베네치아에 간다면 권하고 싶다. 관광객이 사라진 순수한 모습의 베네치아, 그 밤의 거리를 걸으라고.

사람들은 오드리햅번이 먹었던 스페인 광장의 계단에 대한 로망이 많지만, 오드리 햅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던 스페인 광장 계단 자리에서 정작 내 눈에 보였던 건 이랬다. 거기서 수 백명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오드리 햅번의 미모가 희소했기 때문에 그의 가치가 있던 것처럼, 스페인 광장에서의 로망도 희소해야지만 괜찮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Aug, 2006, E100VS, 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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