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이야기

by TCatkr


1194872392_vYcOCo34_morning01-2.jpg

1992년에 발매된 '아침'의 앨범 <Land Of Morning Calm>의

'숙녀예찬'이란 곡에 보면 이런 가사가 있다.


"깨끗한 느낌 내게 보여준 싱그러운 아침 햇살처럼

상큼한 그대만의 향기가 내 가슴 속에 스며드는데

good lady, 하얀 작은 손을 가진 그대여, 가슴 설레게 해

good lady, 따스한 눈길로 나를 보면서 웃어 줄 순 없겠니"


손이 예쁜 사람에겐 모종의 환상이 생긴다.

손은 때로는 사람의 얼굴보다도 더 진솔하게 자신을 근근하게 알린다.

얼굴의 표정처럼 손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모종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어쩌면 믿을만했던 다른 의사소통의 부분들이 이미 만들어버린

그 자체의 불확실성 때문에, 손으로부터 모종의 보상을 받으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장 원초적이고, 직감적인 것에 혹시 모를 기대를 하는 것 아닌지.


집에서 엄마와 영화를 보다 여배우의 손이 고운 걸 보고,

내 생각에 공감을 얻어보려 손 예쁜 여자가 좋다며 턱 하고 말해버렸다.

돌아온 엄마의 말은 단호했다.


"손 예쁜 여잔 안 돼. 일을 못 하거든"


처음엔 많이 웃음이 나왔다. 참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러면서도 지극히 엄마다운 말이었다.



그래도 마냥 좋다. 손이 예쁜 사람.


Mar. 2005, TMX, Seoul

매거진의 이전글겨울 한강의 자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