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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Catkr Jun 22. 2015

겨울 한강의 자살자

한강에서 우연히 만난 한강지구대의 순경 아저씨는

잠시 내가 추위에서  피신할 수 있도록 그의 작은 사무소로 날 초대하셨다.

추위에 툴툴 거리던 나에게 들려주신 이야긴 생각 외로 인상 깊었다.

겨울엔 한강 동쪽의 상당수가 얼어붙어 수면 위로 얼음이 둥실 떠다니지만

그 분에 따르면 그런 추운 겨울에도 매일 1-2명 정도가 한강에 투신 자살을 하고,

그런 얼음이 떠다니는 환경에서도 한강지구대는 자살한 자의 시체를 인양한다고 한다.

이야기를 해주시는 아저씨의 얼굴엔 누군가의 자살이 벌써 익숙한듯한 표정이 보였다.


얼어붙은 한강에 자살이라. 어쩌면 생을 다하며 남에게 한술 더 고통을 지어주는 듯하다.


얼마 전에 한강대교를 도보로 건너다보니 다리로 연결된 섬 한 가운데에 왠 동상이 서 있는 걸 발견했다.

동상 근처에 쳐진 테두리가 동상에서 한참 멀어서 누구를 위한 동상인지 제대로 알아 볼 수는 없었지만,

동상의 생김새로 보아하니 낙하부대원의 모습인 듯 싶었다.

게다가 그 동상은 엄지를 치켜들고 있어서 뭔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는 모습이었다.


동상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하여 주변을 뒤져보니 안내말을 찾을 수 있었다.  

실은 그 동상은 40년쯤 전에 펴지지 않는 동료의 낙하산을 대신 펴주고

2월의 한강 얼음 바닥에 그대로 추락한 의로운 장교를 위한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수십 번을 볼 위치에 있던 동상이었지만

그 분의 이야기를 알게 된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그 동상을 바라보다 보니 이전의 그 자살자 일화가 순간 머리 속에서 떠올랐고,

강물 속 깊은 어딘가에서 그  군인분이 자살자들을 혼내고 있을 말도 안 되는 상상이 그려졌다.


피식.


Feb. 2006, E100VS,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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