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Catkr Sep 08. 2015

어느 봄날의 깨달음


"이거 교수님이 공부하던 책 아닐까?"


대학원에서 동기들과 창고 정리를 하다가 잔뜩 낡은 책들을 발견했다. 책 모서리를 보니 교수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평소 말이 없는 교수님의 손 때 탄 책이 궁금해 책을 열어봤다. 첫 페이지를 보자 귀퉁이에 이런 글자가 있었다.


'1990년 어느 봄날에'



그 책이 있던 어두운 창고는 훗날 내 조용한 공부방이 되었다. 그간 아무도 들추지 않았던 만큼 참으로 조용한 곳이었고, 어두웠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런지 스탠드 등불에 집중이 잘 되곤 했다. 


그 창고에는 좁다란 창이 있었다. 공부를 하며 창 밖으로 가끔 밖을 바라보니 바로 앞 정원에 매화, 벚꽃, 그리곤 아카시아와 철쭉이 순서를 지키며 연달아 피었다. 그리곤 왜 그 책에 그런 시작 문구가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책을 붙들고 집에 가지 못 하는 한 주말의 봄날에.


Mar. 2007, E100VS, Seoul

매거진의 이전글 후암동 뒷거리를 걷다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