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조사를 한다고 우중충한 중앙 도서관을 찾았었다. 빌린 책을 들고 무수한 책들이 건조하게 꼽힌 회랑을 걷고 있을 때, 익숙하면서도 화사한 얼굴이 보여 바로 인사를 했다.
"근데, 누구..."
여자분은 의외로 날 못 알아봤다. 나 역시 얼굴이 낯익어 일단 인사부터 했지만 혹시 내가 잘못 알아봤을까 싶어 난 곰곰이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누구나 입을 모아서 아름답다고 말했던 이 여자분은 누구였을까. 몇 초의 시간이 지나자 내 뇌리에 답이 떠올랐다. 내 친한 과 친구와 떨어질 수 없었을 것 같았던, 그러나 헤어져버린 그의 옛 여자친구였다. 그제야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누구의 친구라고 이름을 말하자니 괜스레 미안했다. 그래서 그에게 간략히 내 이름만을 말했다.
"아..."
그리고 그는 그 짧은 탄식 이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Nov. 2006, T700,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