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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Catkr Sep 10. 2015

어떤 사진 생태계


인터넷에서 사진 몇 장을 보고는 찾아간 인천 송림의 재개발 지구에 찾아가기로 했다. 재개발 지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만큼 큰 재개발 지구를 본 건 처음이었다. 오래전에는 사진 소재 문제로 재개발 지구를 자주 들렀었다.마음껏 타인의 공간에 침입할 수 있는 곳은 이런 곳들이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 들를 때마다 반복적으로 눈에 들어왔던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오기 전에 항상 재활용업자들이 들이닥쳐 모든 것을 다 부시고 간다. 얼마나 심하게 부서져 있었는지, 그들 중 누군가는 유리를 부수는 가학적인 취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없는 것이 낫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도 없다. 그들이 있어야 죽어가는 마을에서 그나마 마지막으로 쓸모 있는 것을 건져 낼 수 있다. 그건 마치 사바나의 동물이 죽고 하이에나가 모여  청소되듯,  이런 사진적 환경에도 모종의 생태계가 존재하는 듯 싶었다.


그리고 나는 사진적 사냥 실력이 없어 살아있는 피사체를 못 건드린 체 항상 사진적 시체를 찾아 떠도는 그저 눈 좋은 대머리 독수리쯤이지 않을까 싶다.


  May. 2007, E100VS, In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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