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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Catkr Oct 03. 2015

마라도 이야기


평생을 제주도에서 머물며 전설과 같은 제주도 풍경 사진을 찍어 유명한 고 김영갑 사진가의 에세이집을 읽다 보면 마라도에 대한 이야기 잠깐 나온다. 그는 마라도에 촬영차 몇 번을 들렀었는데, 어른들보다는 주로 아이들이 그를 친절하게 대해줬었다고 했다. 그들의 이름을 알고 지내며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친해지면서 더 정이 쌓여갔는데, 어느 날 한참 시간이 지나서 그가 마라도에 다시 방문해보니 아이들이 싸늘하게 변해버렸다고 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유난히 싸늘하게 대하는 마라도의 어른들처럼 말이다.


책에서 그는 이렇게 설명을 했다. 마라도는 외딴 섬이라서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외지인에게 자뭇 정을 줘버리면 돌아오는 건 공허한 마음뿐이라, 마을 사람들이 아예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싸늘하게 대한다고 했다.


*

요즘 세상이 혹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더 솔직히는 내가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더 쉽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 살면서도, 어쩌면 우리 모두가 보이지 않는 마라도에 사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개개인은 누구도 가본 적 없다는 이어도를 꿈꾸기만 하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


Apr. 2007, E100VS,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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