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젋어서 노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나중에 늙어서 노는 게 좋을까요."
오래전에 연구원에 다니던 시절, 팀장님이 나를 불러놓고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했다.
평소 팀장님이 가진 나름의 철학을 팀원으로서 일단은 들어야 하는 나였지만,
그 질문은 조금 달랐다.
여유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누구나 한 번은 고민해봤을 만한 질문이었다.
살짝 고민해하는 나를 보며 팀장님은 말을 이었다.
"젊었을 때 노는 게 좋아요. 추억을 만들면, 나머지 기간을 추억하며 살 수 있거든요.
그리고 추억엔 이자가 붙어요"
그때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추억은 시간이 지나며 미화되어 모종의 이자를 주었고,
그나마 있을 수 있는 여유를 게으름반 바쁨반으로 덮어버리는 나에겐
지난 추억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었다.
*
그러나 팀장님이 하나 잊었던 게 있던 것 같다.
추억의 이자가 아닌 추억의 원금을 자신의 손아귀로 돌려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겐,
추억의 이자만큼이나 야속한 것이 없다.
추억 속의 많은 사람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었고, 추억 속의 일들은 재현될 수 없는 신화가 되곤 한다.
그래서 가끔은 난,
시간인지 운명인지 누군지도 모를 존재가 야금야금 보내주는 추억의 이자를 받아가면서,
추억의 옛 자리에서 추억이 돌아올 때까지 어슬렁거리는
추억의 몰락한 채권자 신세가 된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