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이나 방문해본 뉴욕을 런던행 비행기를 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삼았다.
오랜만에 방문하는 뉴욕이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었다.
사진 찍길 좋아하는 겨울이기도 했고, 뉴욕은 애틀랜타보다는 훨씬 걸어 다니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찍은 사진은 고작 대여섯 장, 그것도 처음 가본 하이라인파크에서 몇 개 찍은 게 다였다.
7년 전, 뉴욕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신기해서 많은 사진을 찍은 것과는 대조적이었고,
미국으로 이사 오기 전에 잠시 출장 중에 들렀을 때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눈에 보인 많은 것들이 이미 익숙했고 오히려 뉴욕이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
많은 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탐방하고 자극을 받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 한다.
나 역시 10년 전 국내여행에 한계를 느끼고 첫 해외여행을 떠났었다.
하지만 사진적 생경함이 사라졌다면 어떤 현실을 마주하게 될까.
내가 뉴욕에서 본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뉴욕이 신기하기엔 나는 뉴욕을 꽤 자주 와본 데다가 미국에 오래 살았기도 했다.
새로운 장소는 그 정의대로 첫 조우 이후엔 더 이상 새로운 상태로 남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장소를 조우하여 활활 태워내 얻은 감성을 다시 충전하려면
화전민들처럼 계속 다른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며 감성적 뜨내기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감성이 이미 다 타버린 옛 장소들은 그저 그런 감성의 불모지로만 남는다.
그런 비극 속에서도 사람들은 감성 충전을 위한 유랑을 미화한다.
방법적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마저 모르는 채.
Mar. 2017, E100VS,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