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번 러시아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당시에 정부에서 나온 한 고위 관료(아마 과학관으로 기억한다)와
같이 따라온 연구원의 박사님, 그리고 러시아 측 인사들과 한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러시아 측 인사를 식사 후 돌려보낸 이후, 별도로 한국 사람들끼리 식사를 계속했다.
분위기가 잔뜩 오른 자리에서 술을 잔뜩 마신 그 고위 관료는
비루했던 삶을 회고하며 본인의 가여운 노모에 대해 읊었고
취기에 가득 차 사모곡스러운 타령을 혼자 부르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를 깼던 건 한 낯선 남자의 방문이었다.
그는 나와 같이 출장 온 상사의 옛 상사이자, 국내 대기업의 러시아 주재 임원이었고,
우리를 어딘가로 모신다고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한 우리는 한 호텔로 따라 들어갔고
마치 마피아의 비밀 도박장에 가듯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쳤다.
그 여정의 끝에는 도우미가 나오는 한국식 노래방 한 군데가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러시아 여자들이 한국말을 하고 있었고,
첫 노래가 나오자 한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자를 안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해서 자세히 바라보니 아까 어머님을 부르짖던 그 고위 관료였다.
*
뭔가 미쳐버린 것 같은 세상에 난 홀로 5분 만에 보드카 10잔을 계속 마시고,
그 자리에서 실신해서 호텔로 실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