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전, 갓 어른이 된 내가 처음 연애를 해봤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에 만나는 사람과 감정이 크게 싹트기도 전에 나는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그냥 메시지로 난 이별을 통보받았다.
상대는 전화나 문자로 연락이 되지 않았고, 난 그냥 그렇게 끝났다고 받아들여야 했다.
*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왜 연애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해 본 그 첫 연애는,
그 시작과 끝 모두 나에겐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날 밤 난 동네에 살고 있던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을 만나서 말을 하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고맙게도 그냥 보자고 한 내 연락을 받고 4명 정도의 단짝들이 날 만나러 나와줬다.
그들과 시끌벅적한 큰 술집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내가 그날 헤어졌다고 그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줬다.
그들은 나보고 괜찮냐고 했고, 나는 태연하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유쾌했고, 내 기분도 그들의 장단 속에서 뛰놀며 충분히 괜찮았다.
*
그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는 집으로 홀로 걸어갔다.
시끌벅적한 대화가 끊기자 여러 생각들이 날 불현듯 찾아왔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교였던 한 중학교의 운동장에 발길을 멈췄다.
그리고 저녁경 학교 운동장이 가진 어둑한 불빛을 얼굴에 가득 미여 쓰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나 혼자 몇 바퀴나 걸었다.
아무 말도 못 한 채 이별을 통보받은 것이 억울해서였을까.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내 심리가 무너졌다.
내가 울기 시작했을 때 나는 집으로 쉬지도 않고 무작정 뛰어갔다.
호흡에 묻혀 울음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그냥 계속 뛰어갔다.
문을 열었을 땐 엄마와 여동생이 있었고 그 둘은 내가 울고 있는 걸 목격했다.
곧이어 목 밑에 묻혀있던 내 울음이 크게 터졌고 나는 본능적으로 엄마에게 안겼다.
그리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울었다.
*
"공부하느냐 힘들지?"
품 안에서 나지막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내가 대학교를 다니며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운다고 막연히 생각하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우는 진짜 이유를 말하기엔 난 한없이 부끄럽기만 했다.
내가 받는 걱정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어리석기만 했다.
*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시절을 빼면,
그게 부모님이 본 처음이자 마지막 내 울음이었고,
사람 때문에 그렇게 울어본 적은 다시는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첫사랑의 순수함을 묻는다면,
난 돌아오지 않는 알 수 없는 그 울음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