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Catkr Oct 19. 2017

헤어짐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

Apr. 2015, E100VS, Buford

10년도 전, 갓 어른이 된 내가 처음 연애를 해봤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에 만나는 사람과 감정이 크게 싹트기도 전에 나는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그냥 메시지로 난 이별을 통보받았다. 

상대는 전화나 문자로 연락이 되지 않았고, 난 그냥 그렇게 끝났다고 받아들여야 했다.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왜 연애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해 본 그 첫 연애는, 

그 시작과 끝 모두 나에겐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날 밤 난 동네에 살고 있던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을 만나서 말을 하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고맙게도 그냥 보자고 한 내 연락을 받고 4명 정도의 단짝들이 날 만나러 나와줬다. 

그들과 시끌벅적한 큰 술집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내가 그날 헤어졌다고 그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줬다. 

그들은 나보고 괜찮냐고 했고, 나는 태연하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유쾌했고, 내 기분도 그들의 장단 속에서 뛰놀며 충분히 괜찮았다. 


그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는 집으로 홀로 걸어갔다. 

시끌벅적한 대화가 끊기자 여러 생각들이 날 불현듯 찾아왔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교였던 한 중학교의 운동장에 발길을 멈췄다. 

그리고 저녁경 학교 운동장이 가진 어둑한 불빛을 얼굴에 가득 미여 쓰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나 혼자 몇 바퀴나 걸었다. 

아무 말도 못 한 채 이별을 통보받은 것이 억울해서였을까.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내 심리가 무너졌다. 

내가 울기 시작했을 때 나는 집으로 쉬지도 않고 무작정 뛰어갔다. 

호흡에 묻혀 울음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그냥 계속 뛰어갔다. 

문을 열었을 땐 엄마와 여동생이 있었고 그 둘은 내가 울고 있는 걸 목격했다. 

곧이어 목 밑에 묻혀있던 내 울음이 크게 터졌고 나는 본능적으로 엄마에게 안겼다. 

그리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울었다. 


"공부하느냐 힘들지?" 

품 안에서 나지막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내가 대학교를 다니며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운다고 막연히 생각하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우는 진짜 이유를 말하기엔 난 한없이 부끄럽기만 했다. 

내가 받는 걱정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어리석기만 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시절을 빼면, 

그게 부모님이 본 처음이자 마지막 내 울음이었고, 

사람 때문에 그렇게 울어본 적은 다시는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첫사랑의 순수함을 묻는다면, 

난 돌아오지 않는 알 수 없는 그 울음이라고 믿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30대가 되기 전까지 몰랐던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