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서 주어진 자유시간은 채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내가 좋아할 만한 한 언덕을 찾았다.
오래전에 하던 방식처럼 앙리 까르띠에 브뢰송인 마냥, 내내 사람이 오길 기다렸고,
뭔가 내가 좋아할 만한 장면 하나를 본 것 같아 셔터를 눌렀다.
현상된 사진을 보고 나니 아주 나쁘지도 아주 좋지도 않은 사진이었다.
그래도 그게 주어진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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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꽤나 화려했던 아마추어 사진가의 커리어를 가져본 게 부담스럽다.
내가 예전의 내 사진 감각을 절대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나이가 들어 감성이 둔해진 것도 있지만, 예전만큼 자주 찍지도 못 해서 감각을 유지 못 한다.
나는 그래서 내 노년이 조금 기다려진다.
잘 걸어 다닐 수만 있다면, 확 줄어든 남성 호르몬으로 인해 만발하는 감성의 힘을 받고
무한한 것 같이 유한한 노년의 여가시간에 사진을 잔뜩 찍으며 내 마지막 사진운을 걸어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