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유지하길
항상 2월은 어색하다. 종이에 2018년을 적는 게 낯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넘게 지났다니. 그렇지만 유독 올해 2월은 더 설렌 기분이다.
의대 6년 과정 중 마지막 5,6년째에는 병원에서 실습을 돌며 그 전 4년 과정에서 이론적으로만 접했던 지식을 임상과 접목하는 시간을 갖는다. 소위 PK실습이라고 하는데, 어원은 독일어인 poly+klinic으로, 직역하면 학생이 여러 진료과를 돌며 실습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는 정말 많은 진로가 있다. 대개의 경우에는 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까지 수련을 마친 후 전문의가 되어 개원을 할 수도 있겠고, 스텝으로 남아 교수를 할 수도 있겠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 유전체 분석을 할 수도 있고, 보건복지부에서 사무관으로 보건행정을 담당할 수도 있겠으며, 질병관리본부에서 경력을 쌓은 뒤 WHO와 같은 국제보건기구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의학전문기자를 할 수도 있고 드라마처럼 국과수에서 부검의를 할 수도 있다. 하나하나 그 매력이 넘쳐흘러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후회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나름 지난 몇 년 동안 강의실에서 구겨져 있던 터라 병원에서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마음은 들뜨고 설렐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책 밖에 보지 못한 평범한 학생이(책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다행이다...) 실제 필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주하려니 겁이 나기도 한다. 앞으로 그 한가운데서 부족했던 경험은 내 삶에 있어 거름이 되고 뿌리로 자리 잡아 머지않은 미래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부디 환자와 처음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잘 보내고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학기에는 총 18주 동안 1주마다 과를 바꾸며 실습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