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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sh Oct 15. 2024

6장. 소풍

맛과 멋

버스 창 너머로 하늘은 흐리고 친구는 옆에서 무언가를 먹으며 여행길의 설렘을 얘기한다. 구름은 끼었지만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노래는 그것을 감성으로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어머니의 칼국수와 김밥은 동네에서 아니 그 너머까지 유명하다. 어머니의 국수에는 고명이 산더미처럼 올려진다. 부추, 숙주나물, 채 썬 호박나물, 지단, 당근... 어릴  때 은호는 그 많은 재료들이 부담스러워 대학식당의 부추 몇 가닥 들어간 국수를 되려 좋아하기도 하였다.

소풍 때면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선생님 도시락, 농사지은 사과와 삶은 밤, 그리고 은호의 도시락을 바리바리 싸서 손에 들려주신다. 그것을 들고 가는 것이 린 은호에게는 버거운 일이었고 이유를 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많은 딸들 그렇게 해 주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일 텐데  그 마음을 그때는 다 알지 못했다.

김밥은 크기가 남들의 두 배정도는 되었다.

어머니의 김밥의 특별한 점은 우물가 은호네 미나리꽝에서 뜯어온 미나리가 꼭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미나리가 없을  때 빼고는 부추만 넣는 법이 없었다. 큰 찬합에 선생님들 드실 거, 친구들 거까지 보자기에 싸서 넣은 가방을 메고 가는 일은 호락 호락하지 않은 것이었다. 낑낑대며 선생님께 제일 먼저 전달하면 짐이 적은 남자아이들이 들고 가고 그제야 은호의 어깨는 가벼워진다, 소풍길은 그런 가벼움으로 날아갈 듯이 시작해서 벚꽃이 피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어느새 발은 무거워지고 현기증이 난다. 긴 행군길을 마치고 나서야 둘러앉아 도시락을 열어 서로의 음식을 나눌 시간이 되면 은호의 도시락을 친구들은 좋아했고 당시의 은호는 비위도 약하고 오랜 행군에 입맛도 잃어 큰 음식이 부담스러워 친구의 작은 김밥과 바꿔 먹는다. 분홍소시지와 단무지가 들어간 앙증맞은 김밥이 먹고 싶어서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어머니의 도시락은 친구들이 나눠 먹는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의 강을 건너버

린 그 김밥을 다시 먹을 수 있다면...

은호는 초등학교 때 언니가 재봉틀로 만들어 준 치마를 좋아해서 한동안은 그 치마만 입고 다녔다. 언니들 옷을 물려 입기 십상이었던 은호에게는 새 옷이기도 했고 예뻐서 마음에도 들었기 때문이다. 따로 옷을 사주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것도 특별한 일이었는데 중학교를 입학하고 난 첫 소풍에 어머니는 파란색 세일러칼라의 원피스를 머리맡에 놓아두어 은호를 놀라게 만들었다. 낯선 기쁨이었다.

시대에 따라 유행을 찾는 음악처럼 그 음악의 배경 속에 있는 사람들의 옷도 같은 분위기를 쫓는다. 음악의 유행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옷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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