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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박이 Jun 11. 2018

난 동남아 여행 갈 때 수면바지를 가져간다오.

여행 갈 때 나만의 여행 필수템 챙기기

  "저 사람은 여행 처음 가는가 봐.
더운 나라에 여행 가면서 옷을 저렇게 입고 왔냐."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내 옆자리에는 앉은 그녀가 말했다. 그러자 그 옆의 친구가 같이 맞장구를 쳤다. 겨울 외투를 그대로 입고 있는 주변의 누군가를 보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들 바로 옆에 앉은 나 역시 겉옷만 가을 야상 점퍼일 뿐 그 안에 니트 스웨터와 털목도리, 겨울 치마에 기모 레깅스를 걸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동남아 여행 가는 복장은 아니다. 혹시 그 말.. 나 들으라고 한 건가..요?

  "전 동남아 여행 4번째이지만 매번 수면바지를 꼭 가져가요.
무릎담요 한 장과 함께. 때때로 수면양말도요."


  누군가의 겨울 옷을 흉보는 그녀들에게, 마음 같아서는, 나는 넌지시 이런 말을 건네고 싶었다. 더운 나라의 대명사인 동남아시아에 수면바지와 담요라니! 너 제정신이니?라고 묻고 싶겠지. 하지만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내게 동남아 감기를 선물했던 루앙프라방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에어컨 온도 조절이 안 됐던 페낭 도미토리 & 에어컨 리모콘이 있었던 싱가폴 도미토리


동남아도 도미토리는 춥더이다. 호텔방도 예외는 아니었어..;


  동남아시아는 더운 지역이라 여행자들의 숙소에 냉방시설은 필수다. 그런데 냉방온도가 문제였다. 내가 주로 머무는 호스텔 도미토리의 경우 여러 명이 함께 머물다 보니 대부분 냉방이 지나치게 빵빵했다. 처음엔 시원하고 쾌적하지만 점점 닭살이 돋을 만큼 추워져 자칫하다간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열 많은 서양 언니들이 많을 때는 더 그랬다. 몰래 리모컨으로 온도를 높이기도 했지만 숙소에 따라 설정된 온도를 바꿀 수 없는 곳도 있다. 그럴 땐 영락없이 그대로 떨거나 있는 옷을 다 껴입고 자는 수밖에 없다.

  참다못해 직원에게 너무 춥다고 에어컨 온도를 올려달라는 부탁도 해봤지만,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여러 투숙객들의 입맛을 맞추기엔 더운 것보단 차라리 추울지언정 빵빵한 냉방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더불어 동남아 특유의 높은 습도와 그로 인한 퀴퀴한 냄새 제거도 에어컨 24시간 폴 가동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번에 여행자가 많지 않은 동남아 지방 소도시들을 다녀보니 모든 도미토리가 다 위와 같은 건 아니었다. 심지어 태국의 소도시엔 에어컨 없는 선풍기방도 많았다! 이전에 내가 찾았던 라오스 루앙프라방과 말레이시아 페낭, 싱가포르 등은 관광도시라서 더 심했던 모양이다;;)


여행 중 담요로 잘 썼던 극세사 비치타월과 내 절친 수면바지ㅋ


동남아 여행에서 감기라니! (개고생의 지름길!)


  4년 전, 라오스로 친구와 첫 동남아 배낭여행을 떠난 나는, 우리 빼고 전부 서양인들이었던, 루앙프라방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의 자비 없는 에어컨 공세에 그만, 감기에 걸려버렸다. 동남아에서 감기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보름 일정 중 일주일 넘게 감기와 사투를 벌이는 바람에 여행 계획은 엉망이 됐다. 사나흘 동안 엄청난 가래 기침에 밤잠을 설쳐 친구에게 민폐를 끼쳤고, 낮에도 식은땀을 흘리며 혼자 침대에 널브러져 있어야 했다. 얼마 후 겨우 몸은 추스렸으나 가시지 않는 오한으로 방비엥의 신나는 물놀이 따위는 그림의 떡이었다. 너무 심한 나의 증세에 친구는 행여 말라리아일까 걱정을 했다고. 하마터면 지독한 동남아 감기 때문에 첫 배낭여행 중간에 조기 귀국을 할 뻔했었다.

  그리고 작년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첫 해외 가족여행을 떠났다. 부모님이 동행하시는 여행이라 숙소도 조식이 맛있다는 나름 괜찮은 호텔로 잡았는데, 호텔방이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들었다. 그 호텔이 중앙 온도조절식이 었는지 모르겠지만, 밤엔 에어컨을 껐는데도 추워서 삼일 내내 한국서 출발할 때 입었던 겨울 니트를 꺼내 입고 잤다. 내가 이상한 건가 했는데 방을 함께 쓴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고급 호텔의 특급 냉방 서비스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호텔이라고 무조건 안심할 건 아니라는 말씀.

동남아 여행이더라도 혹시 모르니 따듯한 옷 하나쯤은 챙겨가면 좋다. 뜻하지 않게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다. 더운 나라일수록 극한의 냉방을 느끼게 해주는 곳도 많으니. 특히 나처럼 숙소로 호스텔 도미토리를 주로 이용할 배낭여행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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