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편에서 예고했던 것처럼이번에는 A. C. 퍼치스 티핸들의 아이코닉 티 테이스팅 세션에 참여했던 경험과, Core Tea 라인과 Iconic Tea 라인의 시향기도 아울러 풀어놓으려 한다.
A. C. 퍼치스 티핸들의 한국 런칭과 19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는 총 3개의 특별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중에서 Tea Bar : 아이코닉 티 테이스팅 세션은 새로 런칭한 Iconic Tea 라인의 5종류의 차들을 모두 시음해볼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흥미로웠다. 게다가 한국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하게 될 서울 블렌드가 테이스팅 라인에 포함되어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티 테이스팅은 1시간씩 하루에 5번의 타임이 있었고, 최대 4명까지 참여할 수 있었다. 나는 티 테이스팅도 오픈런을 하고 싶어서, 전시의 오픈일인 11월 14일에 가장 빠른 첫 타임인 오후 1시로 예약했다. 오픈런으로 첫 방문객이었던 만큼 여유롭게 전시를 관람했고, 1시까지 시간이제법 남아서 근처의 카페도 다녀왔다. 그리고 1시 정각이 되기 이전에, 세션에 참가하기 위해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티 테이스팅은 2층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보이는 긴 테이블에서 이뤄졌다.지도에서는 Perch's Film by 김종관이라고 적혀있는 공간인데, 처음 2층에 왔을 때 사진사분과 직원분들이 앉아있던 곳이었다. 티 테이스팅을 위해 테이블은 깔끔하게 정돈되고, 꽃과 다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티 테이스팅을 위해 세팅된 테이블. 정면에서 찍어보았다.
정시에맞춰 도착했는데, 때마침 어떤 남자분께서도 나와 거의 동시에 오셨는데 테이블 맞은편으로 가셔서 아마 진행해주실 분이 아닐지 짐작이들었다. 나 외에도 다른 2분께서 더 참가하셨고, 어쩌다보니 정중앙에 자리잡게 되어 차를 소개해주실 분의 정면에 앉게 되었다.
테이블 위로 오늘 시음하게 될 차들의 리스트가 프린트된 종이가 놓여있었다. 1층 샵과 2층의 From Leaf to Flixir의 전시로 미리 외관을 살펴본 Iconic Tea의 5종류의 차들이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시티 컬렉션인 서울 블렌드, 코펜하겐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티들로 구성된 퓨어 컬렉션인 퍼스트 플러쉬 다즐링 숭마, 켄야, 야바오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Iconic Tea의 5종류의 찻잎들
예상대로 맞은편에 앉은 남자분께서 오늘 테이스팅을 진행해주실 분이셨고,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홍보부소속이셨던 거 같다.
이번 테이스팅을 위해 새롭게 선보이는 퍼치스의 고유한 리프 심볼인 그려진 티웨어들도 준비했고, 각자의 앞에 놓인 탄산수로 차를 마신 뒤에 다음 차를 마시기 전 간단히 입을 헹구셔도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첫 번째로 시음한 차는 서울 블렌드였다.
한국 공식 런칭을 기념하여 7대 오너이자 현 오너인 Christian이 직접 특별히 제작한 Exclusive 티로, 가히 시그니처 티라 불려도 손색 없을 차였다. 서울의 활기참과 다채로움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카페인 프리 티로 재료는 엘더베리 꽃, 사과 비트, 히비스커스, 로즈힙 열매 껍질, 포도, 블랙베리 잎, 딸기 비트, 천연 딸기향, 수레국화꽃잎이 들어갔다.
꽃과 과일이 다채롭게 블렌딩된 만큼 꽃모양의 작은 잔에 차를 따라 주셨는데, 은은하고 연한 분홍빛이 예뻤다. 향은 은근하게 달달했다. 찻물이 조금 뜨거웠지만 한 모금 마시자 굉장히 부드럽고 연했는데, 뒷맛에 달큰한 딸기향이 느껴졌다.
블렌딩이 화려하고 꽃과 과일이 많이 들어간 점이 비슷해선지 핑크가든 티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는데, 두 차를 비교한다면 핑크가든 티가 좀 더 맛과 향이 진하게 두드러진 반면 서울 블렌딩은 더 옅고 부드러워서 목넘김이 상대적으로 더 편했던 거 같다. 그리고 핑크가든 티는 풍성한 꽃다발처럼 여러 블렌딩된 맛들이 어우러진 제3의 맛이 인상적이었다면, 서울 블렌딩은 전반적으로 다른 원료들보다 딸기의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졌던 거 같다. 그래서 색도 맛도 은은한 딸기 같은 차였다.
서울 블렌드는서울의 활기참을 주제로 만들었다는데, 그럼 그에 맞게 어떤 기준으로 원료들을 고른 건지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재미난 비화를 들었다. 7대 오너가 작년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서울을 보고 느낀 인상을 토대로 여러 샘플들을 만들었고, 그중에서 퍼치스 본사와 에디션 덴마크 측이 논의해서 고른 차가 바로 이 서울 블렌드라는 것이었다. 다른 샘플로는 백차와 홍차도 있었고, 지금의 서울 블렌드에 비해 좀 더 묵직한 느낌의 차였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로 퍼치스의 기존 블렌딩 차들과 비슷한 구성이라 조금 더 특별한 블렌딩을 원했고, 게다가 카페인 프리이기도 해서 결국 이 차가 선택되었다는이야기였다.
두 번째로 마신 차는 코펜하겐 블렌드였다.
앞선 편에서 설명했듯이, A. C. 퍼치스 티핸들에는 Perchs Iconics라는 프리미엄 티라인이 있다. 그 안에는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한 컬렉션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티 컬렉션이다. 퍼치스의 지점이 있는 도시를 모티브로 특별히 제작한 티로, 이번 한국 공식 런칭을 기념하여 서울을 모티브로 만든 서울 블렌드도 여기에 속한다. 코펜하겐은 퍼치스의 첫 번째 티 샵이 있는 도시로, 코펜하겐의 구시가지인 Kjøbermager에 경의를 표하며 만들어진 스페셜 티가 바로 코펜하겐 블렌드다.
코펜하겐의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담아만들었다고 하는데, 패키지의 정면에도 우아하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여성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재료는 중국산 기문 홍차와 녹차를 베이스로 오렌지 껍질, 베르가못 향, 오렌지 향, 자스민 향, 리치 향을 블렌드했다.
향은 그리 강하지 않았고, 색은 연한 주황빛의 차였다. 마셔보니 맑고 부드러웠다. 신기하게도 가향한 향들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 정도로 은은하게 맑은 홍차와 녹차가 섞인 듯한 맛이 났다. 뒷맛은 처음에는 깔끔했지만 갈수록 떫은 맛이 입안에 남았다.
코펜하겐 블렌드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궁금한 점들이 있어 테이스팅을 진행해주시는 분께 물었다.
우선 코펜하겐 블렌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블렌딩되었다고 소개에 적혀 있었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궁금했다. 그러자 이건 퍼치스 본사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식이라 구체적인 건 잘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 마치 코카콜라의 레시피가 극비인 것처럼.
그리고 시티 컬렉션에 코펜하겐 블렌드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블렌드들도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 제2의 도시인 오르후스의 역사적인 라틴 지구에 세워진 지점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라티너 블렌드나, 덴마크 제3의 도시이자 퓐섬의 주요 도시로 안데르센의 출생지로 유명한 오덴세를 기리며 만들어진 플라크헤운 블렌드가 대표적이다. 퍼치스 본사에서는 코펜하겐 블렌드와 방금 언급한 두 블렌드들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기도 한다.
이렇듯이 퍼치스의 역사적 의의가 있는 시티 컬렉션에서 다른 블렌드들은 왜 런칭하지 않았는지, 그중에서 코펜하겐 블렌드만을 가져온 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에디션 덴마크에서 공식 런칭을 할 때 다량의 차들을 한 번에 가져오기가 내부적으로 어려웠으며, 그래서 그중에서 코펜하겐 블렌드를 가져왔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차차 다른 차들도 가져올 가능성도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원래 티 테이스팅에서 시향기까지 다 쓰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분량이 길어지는 바람에 내용을 나누게 되었다. 티 테이스팅의 나머지 차들인 퓨어 컬렉션 시음기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