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 퍼치스 티핸들의 전시에서 여는 특별 프로그램은 모두 3개가 있다. 하나는 아이코닉 티 테이스팅 세션으로, 11월 14일 전시 오픈일 첫 타임에 오픈런을 다녀왔고 그 기록을 앞선 편들에 남겼다.
다른 둘은 초청 연사와 함께하는 특별 프로그램들이다. 티 토크와 테이스팅을 하는 김용재 작가와 함께하는 찻자리 '차를, 시작합니다'와, 왕이 먹었다는 유자단지를 만드는 클래스인 '시트러스로 마중하는 겨울, 유주 에디션'이다. 나는 티 테이스팅에 이어 두 번째 프로그램인 티 토크와 테이스팅에도 참여했다.
김용재 작가와 함께하는 찻자리는 11월 16일 오후 2시부터 3시 반까지 총 90분간 진행되는데, 프로그램과 동명인 '차를, 시작합니다'의 저자와 함께 가을에 어울리는 차 이야기를 나눈다고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었다. 아울러 A. C. 퍼치스 티핸들의 5종류의 티를 시음한다고 해서 더욱 흥미가 갔다. 그래서 아이코닉 티 테이스팅 세션을 예약할 당시에 얼른 이 티 토크와 테이스팅 프로그램도 함께 예약했다. 어떤 차들을 마시게 될 지, 차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나누게 될 지 기대가 되었다.
11월 16일에 열리는 프로그램은 티 테이스팅 때와 동일하게 2층에서 열렸다. 똑같은 테이블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번에는 티 토크와 테이스팅에 맞게끔 준비되어 있었다.
도착하기 전에 헤프닝 아닌 헤프닝들이 있었다. 2시에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다소 여유롭게 출발했는데, 마을버스가 연착이 되어 거의 1시간 가까이를 기다려야 했다. 가까스로 마을버스를 탔지만 도로가 통제되어 정체되는 바람에 도무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 C. 퍼치스 티핸들의 한국 런칭을 위해 새로 열린 홈페이지의 문의 채팅으로 늦을 수 있을 거 같아 양해를 구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에디션 덴마크 측으로 전화를 해도 연락이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났다. 2시 정각이 지나버려서 먼저 시작한 게 아닐지 걱정도 들었다.
그나마 정체 구간이 지나자 버스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2시는 지나버렸지만다행히도 몇 분 정도 밖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덴마크어로 티는 THE인데, 티타임을 뜻하는 TID TIL THE는 이번 티 토크에 잘 어울리는 말 같았다.
다른 헤프닝은 조금 유머러스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저번에 오픈런을 할 때는 직원분과 함께 마을버스를 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마을버스에서 내려 걸어갈 때 앞에 어떤 남자분께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뒤따라 걸어가고 있어서 뒷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러다 전시가 열리는 건물 앞에서 관계자로 보이는여자분이 남자분을 반갑게 맞으며 안내하는 걸 보고, 혹시 오늘의 프로그램과 관련된 분이 아닐지 짐작이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의 초청 연사인 분이셨다.
이번 전시에 방문하는 날마다 꼭 관련된 인물과 먼저 마주치게 되었는데, 특별히 징크스라 부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매우 신기한 경험들이었다.
왼쪽부터 차례로 그린 루바브, 루이보스 바닐라, 그린 자스민트, 화이트 템플, 서울 블렌드
테이블에는 티들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아마 오늘 시음하게 될 티들인 것 같았다. 그전에 아이코닉 티 테이스팅 세션에 참가했을 때, 시음이 다 끝나고 진행자분과 잠깐 담소를 나누면서 이 두 번째 프로그램에서 마시게 될 차들은 무엇인지 미리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구체적인 티 라인은 아직 모른다고 해서 듣지 못했는데, 드디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설명에 나왔던 것처럼 5종류의 차들이 있었다. 이번 한국 공식 런칭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티라 부를 수 있을 Iconic Tea 라인의 서울 블렌드를 비롯해서 Core Tea 라인의 화이트 템플, 루이보스 바닐라, 그린 루바브, 그린 자스민트가 있었다.
신규 런칭된 티들과 Iconic Tea 라인에서는 서울 블렌드가 유일했다. 다른 티들은 기존에도 있었던 Core Tea 라인의 차였는데 백차, 루이보스, 그리고 녹차 계열이 두 개나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5종류의 차들을 선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했다.
앞서 말했던 그 남자분이 역시나 이번에 티 토크를 진행하시는 분이셨고, 사진을 찍어도 괜찮을지 여쭤보니 편하게 무엇이든 찍어도 괜찮다고 답해주셨다. 그래서 티 토크 중간중간 차를 비롯해 여러 사진들을 찍었다. 사진 속 다기들은 직접 가져오신 거라고 나중에 들었다.
이번에도 어쩌다 티 테이스팅 때처럼 똑같이 정중앙 자리에 앉게 되었다. 관계자와 마주치는 것과 더불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마다 의도치 않게 중간 자리를 도맡게 되는 것 같았다.
나와 사정이 다 비슷하셨는지 다른 참여자 분들도 조금씩 늦게 도착하셔서,(아마 강연자님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먼저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시보다 시간이 조금 흐른 2시 13분경에 시작하게 되었다.
참가자 앞에 놓인 작은 찻잔과, 작가님께서 가져오신 <차를, 시작합니다> 책.
이번 티 토크와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용재 작가는 2004년부터 여러 차밭을 다녔으며, 2016년 '청년청담'이라는 차 문화 커뮤니티를 만들어 차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2022년 출간한 <차를, 시작합니다>는 4쇄를 돌입했으며, 유엔협회세계연맹(WFUMA)서울 사무국장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동시에 차와 함께하는 날을 보낸다고.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초청된 연사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알아볼 때읽었던 한 인터뷰에서 본인에게 차의 의미는 목표라기보다 일종의 숨구멍 같은 취미라고 하셨던 게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은 간단히 차와 관련된 자신의 연혁을 소개하시면서, 본인이 쓰신 <차를, 시작합니다>도 가져오셔서 토크 중에도 편하게 보시라며 앞에 놓아두셨다. 프로그램은 8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그중 두 분은 뒤늦게 참석하셨다.작가님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이런저런 토크를 하셨고, 이때 아마 이번에 사용하는 다기들을 본인이 사용하는 걸 직접 가져온 거라고 말하셨던 거 같다.
내가 정말 궁금했던 이번에 시음하는 티 라인을 선정한 기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계절인 가을을 살리기 위해 아침부터 오후, 저녁까지 각 시간대에 어울리는 차를 선택했다고 하셨다. 이번에 퍼치스로 북토크를 간다고 말하니 주변에서 A. C. 퍼치스 티핸들의 여러 차들을 추천했다면서, 어떤 차들을 선택할지 고민을 했는데 그러다 가을에 맞는 티를 골라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