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일본식 식재료를 프랑스식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레스토랑
가성비 좋은 파인 다이닝이에요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메뉴판 <0000 seoul>은 일본식 식재료를 프랑스식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내어주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에요. 요리뿐만 아니라 실내 인테리어도 정갈하게 꾸며져 있어서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음식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하는 집입니다.
위치
역과도 가깝고 발렛파킹도 잘 되어 있어요
간판 입구 역과도 가깝고 발레파킹 장소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오시건 <0000 seoul>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다만 2층에 있는 집이기 때문에 간판만 잘 찾으면 될 것 같습니다.
공간
깔끔한 오픈 키친 그리고 바자리와 테이블 자리
도착하면 우드 톤으로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는 공간이 나와요. 그리 큰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파인다이닝으로써는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가게입니다. 저는 테이블 자리를 예약해서 먹었는데, 바 자리에서는 오픈 키친에서 셰프님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테이블 자리에서 먹었어도 재밌었겠다 싶었습니다.
메뉴판
메뉴판을 펼치기 전 메뉴판. 꽃은 화병에 꽂아준다 이 집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메뉴판과 꽃이 아닐까 싶어요. 시즌마다 바뀌는 꽃을 메뉴판 위에 올려주시거든요. 메뉴판도 붉은색 인장으로 봉인되어 있어서 펼쳐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 펼치고 나면 아래 사진처럼 세로로 세워주시고, 꽃은 화병에 꽂아주시더군요. 여러모로 시작부터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갔던 날은 주말 런치이기 때문에 평일 디너와 동일한 코스로 진행되었어요. 총 9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메인 식재료가 크게 적혀있고, 여기에 활용된 식재료들이 하단에 적혀있는데 메인 식재료가 전부 일본어 음차로 적혀있다 보니 일본어를 모르고 보면 실제 요리와 메뉴판 요리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와인 페어링(2 glass)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편이지만, <0000 Seoul>에서 추천해 주시는 와인들의 퀄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2 glass 와인 페어링도 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해산물 요리 위주라 그런지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 한 잔씩을 추천해주시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처음에 마셨던 스파클링 와인이 취향에 딱 맞아서 계속해서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요.
음식
메인 디쉬는 아쉽지만 전반적인 음식의 맛은 훌륭했던 곳
모렐 양송이 대게 버섯 수프 KINOKO(버섯) + 모렐 양송이 대게 수프
코스에 나온 요리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입니다. 사실 조합 자체가 사기라 맛있을 수밖에 없다 생각되긴 했어요. 진하게 크리미한 양송이 수프에 쫀딕한 대게살 어묵 같은 것도 들어있다 보니 식감도 좋고 향도 좋더라구요. 뚜껑을 덮으면 이슬 모양이 되는 그릇도 마음에 들어서 이날 먹은 베스트 3중 하나에 들게 되었습니다.
컬리플라워 파스님 마몰렛 YASAI(야채) + 컬리플라워 파스님 마몰렛
안타깝게도 저는 신선한 야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양은 이뻤지만 신선한 토마토가 팡 하고 입안에 터졌습니다. 그래서 이날의 워스트 음식이 되었습니다.
이리자케 소스에 숙성시킨 방어회 BURI(방어) + 대파 이리자케
방어회를 숙성한 요리였어요. 이리자케 요리라 하셨으니 일본 술에 우메보시, 가다랑이 포 등을 넣고 끓인 소스에 담궈 숙성하셨겠구나 싶습니다. 이날 인상 깊게 먹었던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소스에 숙성해서 그런지 회가 정말 부드럽게 넘어가더라구요. 자칫하면 물컹하고 부서질 수 있어서 스푼으로 먹을 수 있게 스푼을 주셨는데 성질 급한 저는 젓가락으로 냠냠 맛있게 먹어버렸습니다. 적당한 산미의 소스도 회의 맛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입맛을 돋우어 주어서 맛있었어요.
전갱이 대파 이리자케 AJI(전갱이) + 양파 차이브 베이컨
맑은 생태탕과 같은 음식이었습니다. 부드러운 흰 살 생선이 맑은 국 안에 들어있는데 양파가 함께 있어서 그런지 달큰한 맛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향신료 차이브 때문인지 묘한 신맛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맛은 있었지만 호불호를 탈 것 같은 음식이었어요.
달고기 누룽지 튀김 MATOUDAI(달고기) + 조개 아라레 팬넬
달고기를 누룽지로 추정되는 것과 찹쌀을 함께 해서 튀긴 요리입니다. 이날 먹은 베스트 3 중 하나로 파인 다이닝만 아니었다면 이 요리만 5개는 달라고 했을 것 같아요. 쫀득쫀득한 튀김옷 안에 고소한 생선이 자리 잡고 있으니 고소하고 맛있더라구요. 크림소스도 훌륭했구요. 마음껏 먹고 싶은데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 슬펐습니다.
은대구 무 참나물 피스타치오 GINDARA(은대구) + 무 참나물 피스타치오
부드러운 은대구를 참나물과 함께 먹는 요리였습니다. 부드러운 맛이 조화로워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있는데, 참나물을 씹는 식감 이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분명 맛있게 먹었는데... 먹었을 당시엔 베스트 음식 중 하나라 생각했으나 리뷰하려고 하니 기억나지 않는 비운의 음식입니다.
오리 스테이크와 당근 퓌레 DUCK(오리) + 당근 퓌레 브로콜리 비가라드
만족스럽게 먹다 감흥이 조금 깨져버리게 된 원흉인 메인 디쉬입니다. 아무래도 파인 다이닝의 메인 코스는 스테이크가 있는 게 좋기 때문에 생긴 메인 디쉬가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론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일본 식재료를 프랑스 조리법으로 재해석하겠다는 취지에도 딱히 부합해 보이지 않고, 굽기는 훌륭했지만 메인 디시로 빈약한 양과 맛이었거든요. 앞에 코스에서는 흥미로운 음식들이 나오다 갑자기 일반적인 스테이크가 메인 디쉬로 나와버리니, <0000 seoul>의 매력이 확 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차라리 앞에 코스의 흐름에 맞게 생선 요리를 메인 디쉬로 내세우고 선택으로 고기 요리를 할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금태 솥밥 솥밥과 장국 KAMAMESHI(솥밥) + 금태 쪽파 미소
사실상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금태 솥밥. 비쥬얼도 맛도 베스트 3안에 드는 것은 물론, <0000 seoul>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음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음식을 내어주기 전 금태 솥밥의 모습을 테이블마다 방문하며 보여주시는데 보는 순간 너무 이뻐서 감탄했습니다. 파생 프렌차이즈로 파인다이닝이 아닌 솥밥 전문점 하나 만들어서 전복 솥밥, 고등어 솥밥, 금태 솥밥 등 다양한 솥밥들을 내어주시면 안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맛도 비쥬얼만큼 훌륭해서 나중에 다른 솥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방문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될 정도였습니다. 여러모로 완성도 높은 솥밥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양은 좀 아쉬웠는데, 부족하게 주셔서라기보다 맛있는 건 많이 먹고 싶은 식탐으로 인한 거라 레스토랑의 잘못이 아닌 제 잘못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치즈케이크와 누룩 소금 헤이즐넛 말차, 그리고 홍차
마지막은 부드러운 치즈 케이크와 차로 마무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맛이 좋아서 지금까지의 코스에 어울리는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념일 레터링 서비스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총 평
<0000 Seoul>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있는 곳
<0000 Seoul>은 전반적으로 담백한 인상이 강한 레스토랑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먹다 보면 생각보다 특별한 음식은 없었다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지나고 나서 곱씹어 생각해 보면,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을 맛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인상이 확 강한 음식들이라기보다 마음에 스며드는 음식들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인 디쉬는 참 많이 아쉬워서 차라리 비프 브루기뇽을 재해석한 장아찌 같은 고기 요리가 솥밥의 찬 요리로 나온다거나, 아니면 생선으로 만든 메인 디쉬가 나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솥밥을 두 그릇쯤 먹고 싶었던 제 개인 욕심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다음번엔 전복이나 고등어 솥밥이 나올 때쯤 다시 재방문해 보고 싶네요. 앞으로도 좋은 요리 기대하겠습니다.
상세 정보
운영 시간 : 10:00 ~ 22:00
주차 : 신사동 507-11 (송쉐프) 발렛
예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