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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백 자판기 Jul 04. 2022

[영화 리뷰] <탑건:매버릭> 4DX 리뷰

왜 아직 '나'여야만 하는지에 대하여

오늘의 리뷰 영화 : <탑건:매버릭>(2022)


탑건: 매버릭 포스터

감독 : 조셉 코신스키

출연 : 톰 크루즈, 마일스 텔러, 제니퍼 코넬리 등

개봉 : 2022/06/22




왜 아직 '나'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영화




인간과 기술


  영화는 시작부터 무서운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데, 인간이 필요한가?


  변수 가득한 인간을 훈련시켜 하늘에 뜨게 하는 것보다는, 무인 조종기를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시작부터 상관은 매버릭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질문을 받는 사람이 그 유명한 탑건 '매버릭'이라는 겁니다. 그는 현존하는 파일럿 중 가장 뛰어난 전투기 조종사입니다. 그를 뛰어넘을 수 있는 파일럿은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다고 했죠. 하지만 그런 그에게조차 세상은 기술이 그를 대체할 수 있다며 해고하고자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기술보다는 못하다는 게 중론인 거죠. 하지만 그런 의견에 매버릭은 짧은 답을 남깁니다.


Not Today


  그렇습니다. 언젠간 그들의 말처럼 기술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매버릭은 여전히 잊어야 하는 과거를 잊지 못하고, 현재에 머무르려고 하는 철없는 피터팬 같은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버릭은 이 모든 걸 떨치고자 계속해서 속도를 내고 하늘을 납니다. 그는 그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끝없이 전투기에 오르고 속도를 한계치까지 올립니다. 그러고선 몇 번이고 증명해내고자 합니다.


머리로 하지 말고 본능적으로.


  기계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 본능. 그리고 한계가 없다고 믿는 초인적인 힘. 그 힘은 그 어떤 기술로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러 갑니다. 여기서 하나 더 주목할 것은 영화 밖으로 한 차원을 넘어서 보아야 하는 인물. 바로 "톰 크루즈"입니다.




2. 톰 크루즈와 액션


영화상 역사상 전무후무할 배우 '톰 크루즈'


  그는 영화 <탑 건>(1986)을 통해 대중들에게 스타 배우로 화려하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철없고 반항적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연기하면 되었죠. 하지만 이후 그는 대역 없이 직접 액션을 하는 배우로 점점 더 유명세를 쌓아갔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암벽을 와이어 없이 맨 손으로 한다던가, 비행기에 매달리는 장면도 CG 없이 직접 하는 등 온갖 위험한 액션을 기술의 도움 없이 직접 수행했죠.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열정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질문도 던집니다.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직접 매달려 찍은 <미션 임파서블> 비행기 액션
위험천만한 액션을 굳이 직접 할 이유가 있나? CG가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습니다. 톰 크루즈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배우인 것은 알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안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CG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온갖 화려한 액션을 갖춘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죠. 대표적인 예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입니다. 영화를 보면 특별히 액션을 잘하는 배우가 아니더라도 스튜디오 안에서 안전하게 수많은 액션씬들을 소화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탑건 '매버릭'을 연기하는 '톰 크루즈'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과거에 경의를 표하긴 하지만 톰 크루즈가 고집하는 액션 스타일은 사실 오래된 과거의 유산 같은 게 아니겠냐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영화에서 또 헬기에 직접 올라 액션신을 찍고, 비행기를 조종하며 최대한 현실처럼 보이는 액션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CG로는 담아낼 수 없는 현실감 넘치는 액션을 화면에 담기 위해.


 



영화관과 OTT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한 꺼풀 더 나아가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질문 역시 던집니다.


영화를 꼭 영화관에서 보아야 할까?


  최근 할리우드 영화계에 돌고 있는 위기론 중 하나는 슈퍼 IP를 가지지 않으면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부르기 힘들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슈퍼 IP를 가진 화려한 영화들은 여전히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지고 영화 제작사들에게 충분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 특히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킨 영화들은 안타깝게도 다른 운명을 타곤 했습니다. 세상에 볼 것이 지나치게 많아져버린 탓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 제작사에서는 흥행을 위해 영화에 수많은 제약, 즉 수익성을 위한 미션 수행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최근 들어 더 두드러지고 있었습니다. 영화 그 자체보다는 흥행 공식에 더 매진하기 시작한 거죠. 하지만 <탑건:매버릭>은 톰 크루즈의 적극적인 의지 아래  <탑건>이라는 작품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각본부터 연출까지 최대한 <탑건>이라는 영화를 더 잘 만들기 위해 집중했습니다. 36년 만에 나오는 속편인 만큼 전작의 계승은 어떻게 할 것이며, 전작보다 발전된 전투기 액션은 어떻게 CG를 최소화하고 연출할 것인지. 과거의 영화에 대한 예는 어떻게 표할 것이며, 속편이기 때문에 전편과는 다른 차별성은 어떻게 갖출 것인지 철저하게 고민하고 이를 관철시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잘 팔릴 거라 생각되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영화가 아니라 "탑건은 어떤 영화여야 하는가"를 고민한 영화인 것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비행 액션
시네마 스크린과 시네마 사운드로 전달되는 비행 액션


  탑건의 후기를 찾아보면 유독 4DX나 아이맥스와 같은 스페셜 관에서 보는 게 좋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영화의 고공 액션 장면들은 '영화'를 잘 보여주기 위해 모든 환경을 마련해준 '영화관'에서 제대로 된 진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운드가 많이 중요한데, 전투기가 하늘을 질주할 때마다 사운드를 통해 울리는 진동이 이 모든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전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화려한 CG도 판타지도,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도 없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분명한 답을 주고 있는 겁니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아야만 온전히 진가를 느낄 수 있다.




Not Today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

톰 크루즈의 액션 철학은 너무 올드하다.

영화관은, 시네마 스크린은 더 이상 예전같이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뼈아프지만 사실일지도 모를 이 모든 질문에 <탑건 : 매버릭>은 명확한 답을 줍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언젠간 모든 게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우려했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탑건:매버릭>은 내가 소중히 했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이 무너진 세계에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울림을 줍니다. 모든 게 의미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기술과 세상은 내 한계를 정해주지만,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당신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 한계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간단 요약

한 줄 평 : 영화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해낸 영화

별 점 : ★★★★




관람 팁

사운드와 화면이 중요한 영화입니다. IMAX, 4DX로 관람하시는 것을 가장 추천드립니다. 위 상영관에서 보기 어려우시다면 soundx 영화관에서라도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탑건> 1편은 보고 가지 않으셔도 무방하긴 하지만, 보고 가시면 영화 속에 담긴 오마주와 스토리에 담긴 깊이를 훨씬 더 많이 이해하실 수 있기 때문에 보고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보지 못하셨다 하더라도 스토리 이해에 무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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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비하인드

영화 맨 마지막에 나오는 "In Memory of  Tony Scott"에 등장하는 인물 <토니 스콧>은 <탑건> 1편 감독입니다. 그는 유명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의 동생이자 훌륭한 영화감독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스스로 생을 거둬 <탑건:매버릭> 촬영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매버릭의 가장 큰 조력자로 나오는 <아이스맨>의 배우 밥 킬머는 실제로 후두암으로 인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작중에 나오는 목소리는 그의 아들 잭 킬머가 후시 녹음한 것으로 AI 기술을 사용하여 더빙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미식축구 씬에서 원래 감독은 웃통을 벗은 팀과 벗지 않은 팀으로 나눠 찍으려 했으나, 배우들의 거센 항의로(이 신을 위해 6개월간 몸을 만들었다!) 모든 배우들이 공평하게 웃통을 벗고 찍게 되었습니다.

톰 행크스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직접 동료 배우들을 위한 훈련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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