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THTEA _ No. 1912 ROSE CITY GENMAICHA
11:00
녹차라고 하면 현미녹차밖에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렇지 않을까?
사무실 탕비실에 늘 당연하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매번 스틱 커피에 밀리는 존재. 누군가 "차랑 커피중에 어떤걸 하시겠어요?" 하면 백이면 백 '그 현미녹차'가 나올테니까. 녹차맛이라기보단 고소하게 푹 익은 쌀맛이 먼저 떠오르는 국민 녹차. 너무도 익숙해서 현미와 녹차 사이엔 다른 무엇도 끼어들 수 없을 줄 알았건만...! 내 상식을 완벽히 깨뜨린 차가 바로 '스미스티의 로즈 시티 겐마이차' 였다.
그래서 스미스티 로즈 시티 겐마이차엔 녹차와 현미 대신에 뭐가 끼어들었냐고? 장미 꽃, 꿀, 거기다 베르가못 오일이 껴든다. 여기에 일본 전차를 가미해서 감칠맛까지 노린듯하다. 묵직한 티백 속에 녹차와 잘 볶은 현미, 붉은 장미잎이 다양한 색채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티백에서 풍기는 달큼함까지 더해져 마치 푸르른 유월의 녹음을 바라보는 산뜻함이 느껴지는 티백이다.
"혹시 뒤죽박죽한 맛이 나면 어쩌지?" 하는 소심한 의구심을 품은 채로 한 모금 들이켜보면, "그래, 이맛이야!" 긴장이 싹 풀리면서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반가운 '그 현미녹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보기만 해도 푸릇한 수색에 한 번, 눈으로눈 확인할 수 없던 달콤한 마누카 꿀의 부드러운 맛에 두 번, 숨죽여있던 화려한 장미향이 확연히 드러나 세 번의 감동을 주는 완벽한 차다.
이 차를 맛있게 즐기기 위한 포인트는 '시키는 대로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설명서에 나와있는 물의 양과 온도를 제대로 따르면 나처럼 세 번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로즈 시티 겐마이차 티백 뒤에 85℃의 깨끗한 물을 넣고 3분간 우려내면 최상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써있다. 기다리는 동안 일본 정원으로의 여행 계획을 상상해 보라는 권유와 함께!
현미녹차가 고향 집 같은 익숙한 느낌이라면, 스미스티 겐마이차는 고향을 떠올리며 '그 때 그랬지!' 하고 되새기는 느낌이다. 현미녹차와 겐마이차 모두 안도감을 주는 푸근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