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esnA _ ICE WINE TEA
21:00
“술대신 릴렉스를 위한 차를 마셔보자!” 하고 마음먹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없던 술약속이 생기고,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맥주의 그 보글보글한 탄산감이 너무나 그리웠다. 의지가 팍 꺾이면서 나 자신이 약간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알게 된 '믈레즈나 아이스와인 티'. 아니, 이름 자체가 술이잖아?
한국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믈레즈나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스리랑카의 차 브랜드다. 1983년 안셀름 페레라(Anselm Perera)가 본인의 이름을 거꾸로 해서 지은 이름이 바로 믈레즈나(Mlesna)다. 벌써부터 느껴지는 미친 독특함. 이 브랜드는 차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데에도 진심이라 세계 포장 기구에서(이런 기구도 있다니?!) 월드 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믈레즈나의 티백차는 종류마다 디자인이 확확 달라서 마음에 쏙 든다. 컬러풀한 일러스트가 담긴 티백 포장만 봐도 대강 차의 맛과 향을 상상해 볼 수 있어 좋다. 사진에는 없지만 수도승(monk)을 의미하는 뭉크블랜드 티(MONK'S BLEND TEA)도 있는데, 아무리 상상력풀가동을 시켜도 맛과 향을 짐작하기에 어려운 차였다.
아이스와인 티백은 와인병을 연상시키는 암갈색 배경에 하얗게 서리 내린 청포도가 그려져 있다. 눈 내리는 포도밭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당도가 올라간 포도로 만든 게 캐나다 아이스와인. 이 차는 바로 그 맛을 재현한 차다. 차와 아이스와인 모두 역경을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더 좋은 향미가 생긴다고 한다. 나도 과연 그럴까? 일단 술대신 마실 차를 찾아냈으니 역경을 견뎌봐야겠다.
단, 정석대로 뜨겁게 우리면 달콤한 향에 그렇지 못한 쓰디쓴 홍차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홍차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으로 '사이다 냉침'을 소개한다. 탄산수나 사이다로 냉침한 뒤 와인잔에 따라 마시면 그대로 분위기에 취해버릴지도? 질리지 않는 달콤함으로 자꾸 손이 가는 절대 취하지 않는 술이다.